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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12:03, 기억력강화_Scrap

참을 수 없는 권력의 폭력

사회주의는 폭력에 고도의 도덕성을 부여한다 (조르주 소렐 <폭력에 관하여>)

http://www.hani.co.kr/h21/data/L990125/1p941p0v.html

“(노조는) 시장의 근본적 기능을 방해(하므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정비하고 사회보장의 망을 확충(하는 대신) 노동조합의 독점적 권력을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세이스트 고종석의 말이다. 여기서 ‘독점적 권력’이란 곧 파업권을 말할 게다. 노동조합이 어렵게 쟁취한 이 ‘권력’을 과연 ‘법률’이나 ‘사회보장’과 맞바꿀 수 있는가.

이 견해의 반대편에 소렐의 혁명적 조합주의가 있다. 소렐은 노조의 ‘권력’에 열광한다. 이 힘을 ‘사회보장’과 맞바꾸러 의회에 간 사회주의를 ‘계급의 적’이라 비난하며 그는 ‘폭력의 이념’을 선전한다. “의회? 노동자여, 부르주아를 닮지 말라. 폭력은 도덕적이다. 민주주의를 타도하라!” 이 맹목적 힘이 세계에 가져올 ‘구원’은 어떤 것일까? 공산주의 아니면 파시즘일 게다. 가령 이탈리아 공산당의 창시자 그람시, 파시즘의 창시자 무솔리니는 둘다 소렐의 추종자였다.

오늘날 소렐이나 벤야민처럼 총파업에서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노조는 왜? ‘권익옹호’와 ‘사회보장’은 노동자의 개인적 정당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잖은가. 고종석의 말마따나 노조는 “노동의 질을 낮추고(…) 물가에 나쁜 영향을 끼치며 궁극적으로 실업을 늘”리지 않는가. 글쎄? 먼저 난 “현대 시장경제에서 노동조합이 단 하나 남은 권력”이라는 그의 말에 찬성할 수 없다. 왜? 노조는 유일한 권력이 아니다. 실은 또 하나의 권력이 있다. ‘국가.’ 난 국가가 총자본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고전적 견해엔 동의하지 않는다. 하나 그게 만인의 이해를 공정하게 대변한다고도 믿지 않는다. 국가란 제도화된 폭력이다.

합의와 타협은 투명한 논리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이성적 대화 뒤엔 늘 끈적끈적 물질적 ‘이해’와 뭉클뭉클 ‘힘’이 숨어 있다. ‘힘’ 없는 ‘대화’는 공허하다. 소렐은 옳다. ‘대화’ 없는 ‘힘’은 맹목이다. 그래서 소렐은 틀렸다. ‘힘’의 맹목적 찬미. 이게 좌우익 파시즘이다. 그래서 난 벌거벗은 ‘힘’의 충돌을 이성적 ‘대화’로 바꾸는 기제로서 의회를 옹호한다. 하나 ‘대화’를 위해 ‘힘’을 거세하는 데엔 반대한다. 왜? 거세당한 자는 ‘대화’ 상대로 인정받지 못하니까. 노조는 국가라는 ‘독점적 권력’을 견제하는 ‘힘’으로 남아야 한다. 왜?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

그래서 난 노조의 ‘권력’을 국가에 반납하자는 제안에 반대한다. 폴란드와 중국의 자유노조운동을 보라. 거기엔 합법적 폭력을 분쇄하는 자유의 기운이 있잖은가. ‘한국 노동자, 세계 노동자계급의 전위.’ 재작년 노동자총파업을 어느 독일신문은 이렇게 평했다. 세계자본의 일방적 공세 속에서 터져나온 이 ‘힘’이 기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때 한국 노동자들, 멋있었다. 싸가지 없는 국가에 본때를 보여주었다.

총파업은 메시아다. 국가라는 리바이어던과 마주선 잠재적 메시아. 단 우리는 이 메시아를 탈신학화해야 하고, 그 ‘힘’의 행사가 맹목으로 흐르지 않게 늘 감시하고 비판하며 그 정당성을 물어야 한다. ‘이성’의 포장지로 ‘힘’을 감추는 근대 자유주의의 위선, ‘힘’의 망치로 ‘이성’을 두들기는 좌우익 탈근대의 악마성. 근대와 탈근대를 모두 넘어서려는 나의 유물론은 그래서 힘의 비판, 폭력비판이 되어야 했던 거다.

한겨레21 1999년 02월 04일 제244호

2010/12/02 12:03 2010/12/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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