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억은 힘이 되고
임선수는 규칙적으로
분류_Category
이것이소개_about
마음의병_Diary
보내자원고_Column
나름아티클_Article
우리애기_Book
하자평화연구_Field
일단작품세계_Photo
생계형디자인_Design
기억력강화_Scrap
모른척해줘_missingyou
330262 Visitors up to today!
Today 32 hit, Yesterday 71 hit
2011/02/21 00:33, 우리애기_Book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에서 뽑아낸 몇 개의 주옥같은.. 죄송합니다 문장들...


마음같아서야... 한 사람이라도 더 나눌 수 있게 PDF를 올렸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몇 군데를 뽑아서.
이거슨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찔끔찔끔인가?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왜 병역거부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온전히 들을 준비도, 대답할 준비도 하지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 소모적인 찬반 대립만이 이어졌을 뿐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 병역거부의 변화를 통해 “왜 병역거부를 합니까”에 대한 대답을, 즉 병역거부의 언어를 담아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언어를 통해서 ‘공감’을 시도해 보고 싶다. 대체복무제의 정당성이나 ‘부작용’ 없는 외국 대체복무 운용 사례가 아니라, 양심의 자유가 포괄하는 범위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국제 인권규범을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젊은이들이 어떤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남들 다 가는 군대를 거부하며 부모 속을 찢어 놓으면서까지 감옥에 갔는지에 대해서 말해 보고 싶다. 이들은 손가락질당해야 할 파렴치한도, 불쌍한 피해자도, 강철 같은 신념의 소유자도 아닌 우리 시대의 평범한, 하지만 폭력에 민감했던 사람들이었음을 드러내고 싶다. (31쪽)



병역거부자 염창근의 말처럼, 이라크 전쟁을 시체 옆자리에서 기억하는 것인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운이 좋아서였는지 그 속에 나는 없습니다. 그 주검들 속에 내가 없다고 다행입니까? 그 주검들 속에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없다고 다행입니까?"(염창근, 단식 3일째를 맞이하며) (41쪽)



병역거부자 김태훈은 자신의 병역거부 소견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들어야 할 총은 누구를 겨누고 있습니까. 그 총이 슬픈 눈을 간직한 사람들을 향한다면, 그사람이 있음으로 인해서 한 사람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을 겨누고 있다면, 저는 총을 들 수 없습니다." (42쪽)
 

군인이 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모든 것은 여성스러운 것으로 환원되며, 여성성에 대한 부정과 혐오가 일상화된 군대. “너는 계집애냐”는 호통 속에서 사내다움을 강요받는, ‘진짜 남자’가 되는 과정인 군대. 유정민석은 이를 거부한 것이다. 그는 겁이 많고 남을 죽이는 연습조차 무서웠던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함으로써 병역거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남자가 이것도 못하냐”라는 비아냥거림에 “시정하겠습니다”가 아니라 “못하겠습니다”라고, “왜 잘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214~215쪽)

 

이길준은 이후 계속되는 촛불시위 속에서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든 경찰로서 자신의 존재와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를 더욱 명확하게 확인해 갔다. 그는 시민들을 향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얼마나 정당성이 없는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랬기에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자신의 방패 앞을 지나만 가도 힘이 들었고, 항명하라는 시민들의 야유를 들으며 가슴이 후벼 파지는 듯했다고 한다. 헬멧 속에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장 옷을 벗고 촛불시위에 함께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고 한다. …… “이번 촛불집회는 스물을 갓 넘은 청년들이 얼마든지 권력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런 이상 그것을 유지하는 일에 복무할 수는 없었다.” (232~233쪽)

 

평화운동으로서의 병역거부운동. 병역거부운동을 평화운동으로 접근한다는 것. 이 문제의식을 통해서 진정 하고자 했던 것은, ‘세상이 병역거부자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에서 ‘병역거부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화살표를 바꿔 그리는 것이었다. 병역거부자에서 시작해서 사회로 향하는 화살표, 또는 서로가 주고받는 화살표에 담긴 의미를 추적하는 것이었다. 이는 국가폭력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가해자의 자리에 세우며, 나약함을 긍정하고 고백하는 이들의 언어와 실천이 가진 변화의 힘을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306~307쪽)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우리 역시 개개인들이 총을 놓는 것으로만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낭만화된 평화운동, 탈맥락적인 비폭력 담론이 가진 맹점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병역거부운동만큼 절실히 느끼는 운동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병역거부가 분명 체제가 그어 놓은 국경과 전쟁, 폭력과 살육의 골을 넘어서는 실천이며,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맹아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병역거부라는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고민과 갈등, 그 공간을 둘러싼 역사와 정치는 분명 동시대의 평화를 고민하는 이들이 숙고해야 할 ‘장소’라 생각한다. (314쪽)

2011/02/21 00:33 2011/02/21 00:33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