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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7 20:46, 마음의병_Diary
최근에 병역거부 관련해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일이 자주 있다.
익숙해질 듯도 하지만, 매번 고민이 되고 다녀온 후에도 그렇다.
역시 사람을 만나는 일이 공부고 운동인거 같다.

몇가지 단상들을 정리해보면.



1) 강의석. 군대폐지

요즘 20대 초반 대학생들에게, 병역거부는 강의석으로 연결되곤한다. 저번 금요일 성공회대에서 내가 말하긴 전 학생들이 관련해서 발표를 했는데, "알고있으신 것처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여호와의 증인이나 강의석씨가 있습니다"라는 말에 조금 놀랐다. 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오태양이나 강철민, 이길준은 그냥 모르는 사람이다.

의석이야, 나왔다하면 포탈 검색어 탑에 오르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선지 "군대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꼭 나온다. 대학생들 강연에서 계속되는 모습이다. "말씀하신 않으셨지만, 군대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신거 같은데"라고 묻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강의석씨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묻기도 한다. 전자 역시 "군대폐지"라는 단어의 조합은 역시 의석이가 만든 언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꿈이 군대 없는 세상입니다, 제 꿈이 그겁니다" 로 시작해서, 그러나 운동을 한다는 것은 현실의 작은 변화를 위해... 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현재의 국민국가 체제가 현재 모습으로 존재하는 한 군대라는 조직이 짠 하고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병역거부가 모든 변화를 책임질 대안을 만들어낼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등등을 나열하지만 간명하지 못하다. 사실 그래서 책 마지막 부분에 관련되어서 정리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 의석이의 주장의 급진성과 관련해서 오마이에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지만,
느끼는 것은. 그래도 그 친구 큰 일 했다는 것이다.
대체복무제를 주장하던 병역거부운동에게 사람들이 군대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다는 것은,
어쨌든 그의 공로이다.

며칠 후 구속될 것 같은데, 연락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2) 현실주의 국제정치는 현실적인가

우리만 총을 내려놓는 것은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자주 받는 질문인데, 굳이 병역거부자가 국제정치이론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오버다 생각해서(잘 모르기도 하지만)
모두가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무장한다지만, 결국 서로의 무기와 군대가 끊임없이 증가하게 되는 꼴이 되지요.
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했지만. 사실 질문의 핵심은 "비현실적"이라는 평화주의자들의 오래된 이상주의였다.

차라리 적극적으로, 서로의 생각이 어떤 이름으로, 어떤 논리체계 속에서 사유되고 있는 것인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이란 것이 내세우는 국가간의 무정부주의와 쎈놈이 진리라는 "현실주의"가 무엇인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현실"이 무엇인지. 조금 더 깊게 나가도 좋을 듯 하다.



3) 예비역 학생들과 이야기하기

"제가 대한민국 1%입니다."

미사일 운전병이 100명 있다고 한다. 자기가 그 중에 하나였다고 했다. 자부심을 가지고 운전했다. 대한민국 미사일 중 1%는 자신이 옮겼다는 이야기. 그러나 조금 지나니, 대체복무 3년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와의 격리인데, 대체복무는 격리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자기 군 복무때는 신종플루 겹쳐서 거진 1년을 외박을 못 나갔다. 대체복무는 군대를 대체할 수 없다. 라면서 불평등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군필자 복학생.

자부심과 박탈감. 결국 동전의 양면, 아니 같은 면일수도.

그 친구가 그랬다. "병역거부자들은 집총 등 전쟁행위를 절대악이라 간주하고.. 아 절대악 아닌데".
자신이 2년동안 자부심을 가지고 했던 행위를 절대악이라고 깊은 신념에 근거해서 믿고있는 존재.
과연 다양성의 문제, 양심의 자유의 문제일까. 그렇게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서로 견원시하면 되는걸까.

인하대 로스쿨 강연에선, 내가 미리 보낸 발표문에 대한 토론문도 있었는데 그 토론문 중 눈에 띠는 내용은
"병역거부운동이 예비역들에 대해 너무 과하게 비판하는거 아니냐", "반대편 주장을 군사주의, 국가주의, 보수꼴통으로 규정해버리는거 아니냐" 였다.

10%의 인권도 소중한 것처럼 90%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말.
구체적으로 박노자의 글이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불편하다는 것이다.

10%는 90%의 인권은 존중하고 말고의 선택따위는 가지지 못합니다.
10%에게 90%를 그렇게 비판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한가한 이야기입니다.
다수자의 의견이 "정답"인데, "오답"을 살아가고자하는 이들은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의 전략을 이야기하시는거라면, 이미 병역거부운동은 충분히 보수적으로 설설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답변했지만, 그 친구의 근저에는 다른 생각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왜 책도 있지 않는가. "불편해도 괜찮아." 근데, 솔직히 누가 누구한테 괜찮다고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불편하다는 감정은 사회적 조건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즉, 괜찮다고 말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로스쿨 친구는 병역거부자들이 출소 후에도 과연 자기들이 말한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예비 법조인의 멘트치고는, 조금 무서웠다.

어떤 마음일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이다.
내가 그들 앞에서 내 이야길 잘 못하는 것 처럼, 그들도 내 앞에선 그런다.
분노야 있겠지만, 그들도 나처럼 명확한 언어를 가지진 못한 주체.
또한 내가 가진 유형무형의 권력들이 그들을 위축되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은, 예비역들과 구체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봐야겠다.



4) 사람 죽였다고 자랑하는게 한심해보였어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효과인가. 그 과정 중 "국가폭력과 트라우마"라는, 강의명도 전망 달려오는 수업의 수강생이 발표수업때문에 나를 잠깐 만나러 왔었다. 다들 발표주제로 4.3, 여순사건, 광주항쟁 등을 잡아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는 조금 더 현재적인 이슈를 고민하다가 병역거부를 잡았다고 했다.

저 책도 샀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아니! 독자님 납시셨는데, 할말 안할말 가릴 것이 있겠는가.
마음의 문은, 이미 문짝조차 뜯어서 대화의 장작으로 불태우고 있었다. 꾸역꾸역 답변을 하다가보니 이제는 서로의 경험담들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는데, 저는 사실 해병대 다녀왔어요. 라며 말문을 여시더라.

해병대에 가고 싶었어요. 들어가서 며칠 후에 후회를 시작했어요. 이게 아닌데. 싶었죠.
전역하기 직전에 베트남전 참전용사 강연이 있었어요. 자기가 300명을 죽였다고 자랑을 했었요.
참담했죠. 저 강연을 듣고 있어야 하나. 정말 한심해보였어요.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그 300명이 무슨 죄가 있었을까요. 그 중 민간인도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전역하고, 박노자 선생님을 글을 읽으면서 너무 부끄러웠어요. 많이 배웠죠.

난 그랬다. 아마, 그 양반이 죄책감을 가졌다면. 온전하게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문득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 중 한 장면이 떠올랐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한 영화인데, 헬리콥터에서 무차별 기관총을 난사하는 군인에게 주인공이 묻는다.
여자와 아이도 죽입니까? 당연하지. 왜 그럽니까? 늦게 뛰어서 더 죽이기 쉽거든.

예비법조인은 박노자의 글이 참 불편했고,
이 해병대 전역 후에 병역거부로 발표를 준비하는 학부생도 박노자의 글이 불편했다고 한다.
박노자 선생님. 대단하신거 같다. 진짜로.





.... 역시 단상은 마무리가 잘 안되네.
암튼. 다음주에 블로그 애독자이신 해정씨 강의에 특강을 간다.
이름도 간지나는 성공회대 필수 수업 "인권과 평화". 끝나고 이번에는 칼국수를 먹자고 해야겠다. 제가 사겠습니다!
2011/05/27 20:46 2011/05/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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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냥 | 2011/05/29 09: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퍼가요 되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긴 한데 뭔가 개인적인 글 같기도 해서 ^^
재성 | 2011/05/29 12:10 | PERMALINK | EDIT/DEL
되지 않을까요? ^^;
하승우 | 2011/05/29 23: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름이 틀렸습니다. 해정입니다. 삐질지도 모릅니다. 주의하시길...^^;;
재성 | 2011/05/30 14:39 | PERMALINK | EDIT/DEL
안그래도 조금 불안해서, 유혜정 + 인권 이렇게 검색했는데 글이 좀 나오기게, 맞나보다 했는데... 그거시 다 잘못된 것이었군요ㅠ 얼릉 고쳤습니다. 그런데, 해정씨 안 삐지게하려면... 이 댓글도 비뮐로 해야하지 않을까요? 쿄쿄
여옥 | 2011/05/30 02: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임재성이 잘하는 것 중의 하나가 오타내기. 특히 고유명사에 강합니다ㅋㅋㅋ
정명 | 2011/06/02 12: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생각할 지점들이 정말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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