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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5 21:52, 기억력강화_Scrap
아래는 <포트레이트>라는 서울대 자치언론. Vol. 3이라고 붙여진 방금 나온 매체의 한 구절이다.

만약 이 학생이 글에서 자신이 "서울대생"이라는 객관적 지위가 어떤 권력을 소유한 것임을
성찰하는 내용까지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단순히 "좋았다"기 보다는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이 글에서는 "미학과"만 있지 "서울대 미학과"는 없다.

그럼에도. 문장과 표현이 재미있다. 특히 사회학과를 규정한 부분에서는 박장대소를 했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사회학과, 거기 뭐하는 곳이냐고?

엘리트가 자신의 권력을 깨닫지 못한채, 자기 연민에 촉촉한 글을 쓰는 것이 아주 가끔 귀여울 때가 있다.
물론 아주 잠깐이지만.

***

...
일은 도운 나와 친구에게 맛있는 걸 먹여야겠다며 우리를 당신이 발굴해낸 맛집으로 데려가신 선생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패기 잇게 막걸리와 소주를 주문하셨다 .... 처음보는 두 술의 조합에 불안해진 나는 다음날 전공 시험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아 그러냐고, 무슨 과목이냐고 공부는 많이 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오늘 가서 공부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의 술잔에는 어느새 술이 가득 차 있었고, 내가 아이쿠 선ㅅ애님 내일 시험이라서 술은 좀... 까지 말한 순간 선생님은 아주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차피 망한 인생, 한 잔 들게"

...
나에게 미학과는 어딘지 모르게 모호하고 말 그대로 "망한" 느낌이다. 계속 공부를 할 게 아니라면 전공을 살린다는 것이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일이고(나는 내 전공을 살릴 수 잇는 좋은 예를 아직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좋은 전망 따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
미용실 같은 곳에서 무슨 과냐는 질문을 받으면 철학과라고 대답한다. 그쪽이 훨씬 편하기도 하고, "그림 잘 그리시겠어요" 같은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울 학교에서 가장 신비감이 있는 학과=미학과"라는 글이 올라왔을 정도니 말 다했다. ... 아쉽게도 쓸모없기로는 사회학과와 쌍벽을 이룬다. 내가 아는 사회학과 07학번인 누군가는 블리자드 소셜컨텐츠 개발 팀에 입사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 니가 거기 들어가면 난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다.

...
만약 내가 '난 꼭 잘먹고 잘살아야 하고 사회지도층이 되어야 하고 학점은 좋아야 하고 아파트 광고 같은 삶을 살아야 하며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지금보다 백배쯤 불행했을 것다. 난 좀 궁상맞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찌질함 이게 내 간지"고, 학점보다는 잡지질이 중요하고, 가끔은 정신 못 차린단 소리를 들어도 가난한 사랑노래를 꿈꾼다. 이제 나는 어렴풋이 "어차피 망한 인생"이라는 말의 뜻이 뭔지 안다. 그건 앞으로 행복지지 위한 말이 아니라 그냥 지금을 행복하게 살게 하는 말이다.
2011/06/05 21:52 2011/06/0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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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냥 | 2011/06/05 22: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귀여울 때가 아주 가끔이라도 있으시다니..ㅋㅋ
전 아직 수양이 부족한 건가요, 아님 저보다 백만배 넉넉한 마음씨를 가지신 걸까요..ㅎㅎ
재성 | 2011/06/05 23:40 | PERMALINK | EDIT/DEL
제가, 마음씨 관련해서는 좋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지라ㅠㅠ. 넉넉한건 전혀 아닌거 같구요. 이 양반 글이 아기자기해서.. 제가 넘어간 건가요! 아!ㅠ
하승우 | 2011/06/06 00: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택시를 타면 언제나 화공과나 물리학과라고 대답을 했지요. 정치학을 공부한다고 얘기하는 순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야담과 뒷담화를 감당할 수 없어서. 어찌보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학과 정치는 통하는 듯.ㅋㅋㅋ
재성 | 2011/06/06 01:48 | PERMALINK | EDIT/DEL
글 쓴 학생이 보면, 아니 어떻게 "정치학과"랑 "미학과"랑 비교하냐 화낼듯 한데요^^;. 저는 데모하다 경찰서 연행되었을때, 법대라고 하니 경찰들이 초금 움찔 하는 것을 보고, 햐- 이거 먹히는구나 했는데. 그래서 묵비 계속하면 주동자로 몰린다 그러기에 나 법대야 그런 필로 딱 쳐다보면서, "형사님, 지금 그 말씀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그랬다가 다들 조사 끝나고 유치장 들어갔는데 혼자 남아서 계속 조사받고... 그래서 후회했다능 ㅠ
꽁진 | 2011/06/06 20: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사회학과에 관심있어서 전공수업 들어보는 중이에요" 했다가 "비판만 하고 대안은 제시못하는 학문 해서 뭐해" 라는 말 듣고 상처받았다능 ㅠㅠ
재성 | 2011/06/06 21:22 | PERMALINK | EDIT/DEL
법대쪽 양반들이 이런 이야기들 하시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몰랐던 사회학의 정의! 사회학 공부하면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가슴 설레는 말씀! 비판만 잘해도 대안같은 건 저절로 나오는 법인데 말이죠. ^^;
| 2011/06/09 15: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떠오르는 에피소드 한 토막...

민박집 주인: 무슨 과에 다니시나?
우리: 문창과요
주인: 거기는 뭐 하는 데여?
술취한 어느 선배: 문틀, 창틀 만들어요.
거드는 또 한 선배: 3학년부터 샷시도 짜고...
재성 | 2011/06/10 10:39 | PERMALINK | EDIT/DEL
아, 이거 왠지 다들 자기 과에 관련된 에피스도 하나씩은 고백해야 할 분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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