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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6년전, 누가 대학생들의 꿈 막았나

장덕진|서울대 교수·사회학 dukjin@snu.ac.kr


지금 이 순간에도 100명이 넘는 나의 학생들은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며 본관 건물에서 농성 중이다. 시야를 조금 넓히면, 살인적 등록금을 견디다 못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시내에서 집회를 하고 연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은 끈질기게 침묵한다. 신자유주의적 대학 개혁이라는 파도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모욕을 참는데 익숙해진 탓이다.

무려 2400명의 서울대생들이 모여서 5시간 이상 진지하게 토론했고, 90 퍼센트가 넘는 찬성투표를 통해 법인화설립준비위 해체 요구와 총장실 점거를 선택했다. 학생들은 적어도 자신들의 공동체 내부에서는 완벽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정당성을 확보했다.

반면 서울대 본부의 지적처럼 그들의 행동은 불법적일 수 있다. 또한 서울대는 일단 통과된 법률에 대해 개정 또는 폐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법률안이 요구하는 방향으로의 조치들을 취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단 한 차례의 토론조차 없이 단 1분 만에 날치기 처리된, 그래서 의회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완벽하게 외면한 한나라당의 폭거에 대해 서울대 본부는 간단한 유감 표명조차 한 적이 없다.

법인화 내용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대학의 미래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말살한 절대 강자인 여당에는 얼굴 한번 찡그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라도 그 공론의 장을 다시 열어 달라는 절대약자인 제자들에게는 곧바로 위법성을 지적하는 행위는, 적법할지는 모르겠으나 옳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에 있다. 법인화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 중 하나의 중요한 축은 가파른 등록금 인상 가능성이다. 서울대를 벗어나 보다 넓은 의미의 등록금 투쟁과 맞닿는 부분이다.

여기서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5년 12월9일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몸싸움 끝에 사학법을 전격 표결처리했다. 강조해둘 것은 사학법의 골자는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해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과 주요 야당의 표결 불참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의 훼손이라는 점에서는 서울대 법인화 법안과 닮아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지금과 전혀 다르다. 한나라당은 장외투쟁에 돌입했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사학법 개정안은 사학 투명성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반미·친북 이념을 주입시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월16일 시청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사학법이 통과되던 날 김정일은 이제 때가 왔다며 기쁨조와 함께 폭탄주를 마시고 광란의 춤을 췄다”고 선동했다. 같은 자리에는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했으며, 그는 “사학법 말고도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무엇이 급해서 날치기 통과시켜야 했나”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비난했다.

박근혜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우리 과거사를 부정하는 교육으로 대한민국의 체제를 뿌리부터 뒤엎어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사학법은 불과 18개월 후에 재개정되어 본래의 취지를 대부분 상실했다.

6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취지대로 사학법이 뿌리내렸더라면, 그래서 사학재단의 투명성이 높아졌더라면, 과연 지금과 같은 살인적 등록금이 가능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시도를 반미·친북으로 몰아가서 입도 뻥긋 못하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이었고, 그 선동전의 대대적인 성공은 이명박 시장을 대통령으로, 박근혜 대표를 실세 중의 실세인 차기 대선주자로 만드는데 단단히 한몫 했다.

며칠 전 박근혜 의원은 “우리 학생들의 꿈과 재능이 등록금 때문에 포기돼선 안 된다”고 말했고, 황우여 새 원내대표는 혁신적인 등록금 인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6년 전 우리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막아선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는 점이다.


***
적법할지는 모르겠으나, 옳지 않다.

점거중인 본부에 가면, 이런 자보가 붙어있다.
반지성, 폭력, 불법. 이런 이야기 너무 짜증나는데, 뭐라도 답을 못하겠다고. 글 잘 쓰는 분들 너무 부럽다고.
장 선생님의 글. 사학법 개정과 연관시킨 통찰도 뛰어나지만, 앞 부분의 잔잔한 디펜스가 마음에 든다.

그나저나,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때 이미지랑은 점점 달라지시는 듯. 아니면, 내가 모르고 있었나요?

2011/06/08 23:07 2011/06/0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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