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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지지자의 편지⑥] "로스쿨에서의 교육, 그 변화를 상상해 보십시오"

http://blog.peoplepower21.org/judiciary/18221 


민주당 조순형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의 개혁을 위해 지난 10년간 논의되었으며, 2003년부터 운영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마침내 도입하기로 결정했던 로스쿨 제도임에도,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의 심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회의원들에게 로스쿨 제도 도입에 필요한 법안을 조속히 심의하여 법률가 양성 및 선발제도를 개혁하는데 동참할 것을 설득하기로 하여 15일부터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여섯 번째 편지는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의 '로스쿨에서의 교육, 그 변화를 상상해 보십시오' 입니다.



존경하는 조순형 의원님께, 

제법 날씨가 쌀쌀한데 안녕하신지요? 참여연대가 기획하는 ‘로스쿨 지지자의 편지’ 를 조 의원님께 보내게 된 연세대의 김종철입니다.

제가 기획자로부터 당부받은 주제는 로스쿨에서의 교육이 가져올 변화에 관한 것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편지의 수신자가 조 의원님으로 기획된 것은 조 의원님께서 여러 기회를 통해 “로스쿨로 바꾸면 교과과정이 도대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가?” 혹은 “교과과정 내용은 사법시험 내용의 통제를 받는데 사법시험 출제는 바로 법대교수들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법시험을 둔 상태에서로스쿨을 도입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해 오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구보다도 법조의 특권주의와 부패를 청산하고 법치주의의 신장을 위해 노심초사하여 오신 조 의원님의 이력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조 의원님께서 역시 날카로운 예지력으로 로스쿨도입론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신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렇습니다. 로스쿨은 법학교육을 개혁하는 만병통치약이거나 유일한 방법일 수 없지요. 그래서 현재의 교육체제에서도 일정한 개혁의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방도가 없지는 않을 겁니다. 의원님의 지적대로 이제는 기정사실이 된 법학교육의 파행에 일차적인 책임을 가진 법학교수들이 노력한다면 현재의 제도속에서도 일정한 법학교육개혁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조 의원님! 문제는 현재의 법학교육제도와 법률가양성제도가 일부 교과과정의 변경이나 사법시험의 출제방식의 변화로 해결되기에는 너무도 큰 난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무한경쟁시대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는데 우리의 법률가양성제도는 송무중심의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만을 바라보는 시대착오적 상황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한 외국학자의 진단처럼 정경유착으로 상징되는 ‘법률가없는 자본주의’(capitalism without lawyers)를 개발독재를 통해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잉태된 법률가양성제도가 현재의 정원제 사법시험제도입니다. 세계화의 요구속에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사회에서 해외교환프로그램의 특전이 주어져도 시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손사래를 치면서 육법전서를 펴들고 도(道)를 닦듯이 20세기형 수험준비에 몰두하는 학생들로 넘쳐나는 곳이 우리의 법과대학입니다.

조 의원님, 제가 생각하는 법률가상은 이런 것입니다. 법률가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우리의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합리적 기업활동의 첨병이어야 합니다. 법률가는 폭발하는 한류(韓流)가 속빈 강정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관리자여야 합니다. 법률가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실질화를 담당할, 입법과 행정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정책결정자여야 합니다. 법률가는 시민생활의 고충처리를 대리할 보조자여야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있는 법률가들이 고도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방어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형성하고, 공동체의 운영에서 민주적 법치주의를 구현하며, 합리적인 일상생활의 길잡이가 되는 사회가 조 의원님이 꿈꾸는 미래의 대한민국이 아닐런지요.

그런데 이러한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할 양질의 법률가를 대량으로 배출할 수 있는 최적의 교육제도, 법률가 양성제도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요?

살인적인 대학입시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년시절부터 점철된 사교육에 찌들어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차려진 밥상먹기에 익숙한 신입생에게 또 다른 형태의 복제형 지식체계를 강요하는 사법시험을 위해 입학전부터 신림동 고시촌을 기웃거리게 하는 현행의 제도인가요?

인생은 결국 시험 한 판으로 승부가 난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영악한 학생들, 아니 학생이기보다는 수험생으로서의 존재기반을 자각하고 무엇이 시험에 나오는지 어떤 부분은 시험에 방해가 되는지의 선택기준에 익숙한 그들에게 첨단의 법률서비스시장에서 무엇이 요구되어지는지를 강의하는 게 어떤 황당한 결과를 낳는지 상상해 보셨습니까? 아무리 통합사고형 문제를 출제한들 고득점 순으로 1,000명을 줄세워서 선발하고는 나머지 수만명을 평생의 낙오자로, 고시낭인으로 만드는 현재의 사법시험의 성격이 얼마나 바뀔 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존경하는 조 의원님! 저는 감히 로스쿨 제도가 21세기 세계화시대의 한국 법학교육의 지향점이라고 믿습니다. 기초학문의 세례를 받은 학부졸업생을 상대로 사법시험의 족쇄에서 벗어나 사회의 발전에 조응하는 법을 이해하고, 형성하고, 적용하는 사고방식을 체득하는 교육을 최적의 환경에서 제공하는 교육제도가 로스쿨이라고 믿습니다. 학부과정에서 익힌 개별 생활영역에 대한 기초지식을 토대로 ‘법률가의 사고방식’을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며 현장에서의 실습을 통해 체득하게 하는 교육제도 말입니다.

로스쿨의 핵심은 대학원교육이라는 데 있습니다.

대학원에서의 법학교육은 그 내용과 방법면에서 학부의 법학교육과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기본법률과목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의 체계적 구성과 심도, 교육방법은 현재와 많이 달라야 할 겁니다. 갓 학부에 입학한 경우와 4년간의 학부과정을 거친 대학원생의 이해도가 같을 수 없겠지요.

제가 담당하는 헌법과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의 경험에서 볼 때 최소한 30%를 넘는 학생들이 정치학, 외교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학의 기초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일 겁니다. 그들은 정치시스템의 기본구조와 정치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추고 있겠지요. 그들에게 국가와 헌법의 형성목적이나 구조에 대한 규범적 틀을 제공하는 것은 중등교육수준을 갓 이수한 학생들의 경우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할 겁니다. 다루는 사례의 폭과 깊이, 현실적 적실성은 많은 차이를 보이겠지요. 대학원 수준의 학생들의 목적의식도 남다르겠지요. 문제의식, 지식수준,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근본적으로 다른 학생들에 대한 전문교육이 어떻게 학부교육과정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로스쿨을 결사반대하던 일본의 법학자들도 교육의 효율성과 성취도에 있어서만큼은 이구동성으로 로스쿨체제의 우수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도 바로 대학원에서의 전문교육체제의 장점때문일 겁니다.

교과목의 구성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겁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개략적인 교과과정의 흐름은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로스쿨의 첫 일년동안 헌법,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등 기본법학과목에 대한 집중심화학습이 있게 될 겁니다. 3년여에 걸쳐 단계별로 이들 과목을 학습하게 되는 현재의 교과과정과는 많이 다르게 될 겁니다.

그리고는 전문화를 위한 다양한 선택과목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법의 실태를 접하게 될 겁니다. 세계화시대의 법률시장의 개척을 위해 필요한 외국법에 대한 교과목도 개별 로스쿨의 특성에 맞게 확보되어야 할 겁니다.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실제사례나 가상의 사례를 통한 문제해결형 교육방법을 사용하는 종합형 교과목도 다양하게 개설될 겁니다. 개별 로스쿨이 지향하는 교육목표와 법률가상에 따라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이 구축될 것입니다. 판검사형 법률가, 로펌형 법률가, 일반공직형 법률가, 공익활동형 법률가 등의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전문법학분야의 특성화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게 되겠지요. 또한 법률정보탐색과 법률문서작성에 관한 기초교육, 법조윤리에 대한 교육도 강화될 겁니다.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혁신을 필요로 하게 될 겁니다.

물론 전통적인 강의식 교육방법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통적 교육방법외의 다양한 교육방법이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어떤 교육방법이든 학생의 동기를 자극하여 스스로 법률가적 사고방식을 연마하고 학문이론적 이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로스쿨의 교육연한은 3년으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양질의 법률가를 양성하는 목적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수업시간은 학생들이 미리 예습한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학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논점과 사례들을 환기시키는 기능에 중점을 두어야지 기초지식이나 원리를 모두 다 망라하여 세세하게 이해시키는데 중점을 둘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교육의 중점은 일방적 강의형보다는 사례중심형, 문제해결형 교육방법이 보다 적합할 가능성을 원론적으로 제기합니다. 또한 실무기초과목으로서 임상법학교육(legal clinics), 모의재판을 필수화하고, 디지털자료활용교육, 활동학습 내지 역할학습(simulation/role play/adversary method), 공동강좌(team teaching) 등 다양한 교육방법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것이 요청됩니다.

학부법학교육제도로는 이렇게 요구되는 강화된 교육인프라를 제공하는 체제를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교양학문을 전제로 하는 학부체제에서 선제적 투자에 바탕한 강화된 전문교육을 지향하는 새로운 개념의 법학교육이 허용되기는 쉽지 않을 테지요. 왜 우리와 같은 후진적 법률가양성체제를 고집하던 일본에서 학부에 법학부를 두면서도로스쿨체제를 도입하였는지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의학과 경영학이 왜 전문대학원체제를 도입하게 되는지도 반면교사가 될 겁니다.

조순형 의원님! 벌써 제한된 지면이 차버렸습니다. 법률가양성제도에서 무엇이, 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감히 당부드리고, 못다 한 말씀은 추후를 기약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환절기에 건강에 유념하십시오.

11월 24일

김종철 드림  (2006년 11월 2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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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2012년 4월 한겨레 칼럼과 함께 보셔야, 이 글의 현재적 의미를 아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2012/04/05 02:10 2012/04/0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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