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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4 18:30, 보내자원고_Column

NLL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북한과의 교전 속에서 죽고 죽이며 NLL은 ‘피로 지킨 신성한 선’이 되어야 했다.
이제 죽음을 멈추기 위해 어떤 정치가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38


[304호] 2013년 07월 05일 (금) 23:45:42


임재성 (평화 연구자)

   
세상에 공개되는 과정은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본 이들의 반응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이야기다. “정상회담 대화록 보니… 평화통일 할 뻔했다”라는 표제가 신문 1면에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트위터에 한참 회자될 정도였다. 찬찬히 회의록을 읽어본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팩트’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서, 도대체 NLL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우리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회의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이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NLL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선이다.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남한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북방한계선일 뿐이다. 실효적 지배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효를 말하기에는 북한과의 분쟁이 너무 빈번했다. 그 분쟁의 씨앗을 평화의 바다로 바꾸자며 두 정상이 의견을 모았던 것이 바로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그러나 그 정상회담에서조차 노 전 대통령은 국내에서 NLL이 가진 민감함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있지도 않는 ‘포기’ 진위가 아니라, “언제 NLL이 괴물로 되었는가”로 말이다. 괴물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알아야 탈(脫)괴물화의 방법도 찾을 수 있다.
 

NLL이 늘 괴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만 해도 이양호 국방부 장관은 “북한 함정이 북방한계선을 월선해도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1999년 김대중 정부의 홍순영 외교부 장관은 제1 연평해전 직후 “북한이 북방한계선과 관련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한다면 협의할 용의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은 당시에도 보수층의 반발을 야기했지만, 지금처럼 그 어떤 문제 제기도 친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은 분명 아니었다.



 


“슬퍼하되 바보가 되지는 말자”

괴물의 탄생은 그 선 위에서 죽이고 죽으면서 시작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짧은 언급으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데, 바로 이 논리 속에서 괴물이 시작된 것이다. 1999년과 2002년 제1, 제2 연평해전으로 불리는 북한과의 교전 속에서 죽고 죽이면서 NLL은 ‘피로 지킨 신성한 선’이 되어야 했다. 생때같은 젊은 목숨이 사라졌던 것에 대한 정당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 보복전쟁의 기운이 절대적이었을 때, 저명한 비평가인 수전 손택은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라는 연설을 했다. 보복전쟁을 반대하면 테러 희생자들의 고통을 부정하는 것으로 매장당하는 분위기 속에서 손택은 함께 슬퍼해야 하지만,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 것이다. 바보가 되지 않을 힘. 난 이것을 한 사회가 가진 ‘평화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서해에서 죽어간 이들에게 깊이 고개 숙이면서도, “NLL을 사수해야 한다”라는 외침에는 거리를 둘 수 있는 힘. “죽음을 잊지 말자”라는 도돌이표를 넘어서서 더 이상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 어떤 정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힘. 우리가 전쟁에 휩쓸리지 않을 힘은 여기에 있다. 괴물이 더 이상 우리를 삼키지 못하게 하자.
2013/08/04 18:30 2013/08/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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