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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7 19:15, 보내자원고_Column
한국 최루탄의 살인

2011년 12월 바레인의 15세 소년이 한국산 최루탄에 얼굴을 맞아 죽었다.
최근 바레인의 인권단체가 한국 최루탄의 수출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과연 우리와 무관한 일일까.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8367


임재성 (평화 연구자)
[321호] 2013년 11월 04일 (월) 13:02:24

몇 년 전 공대에서 교양과목 시간강사를 했을 때 이야기다. 공대생에게 어떻게 평화라는 주제를 이야기해볼까 고심하다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이 대학에서 과학과 기술을 잘 배우고,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고 합시다. 근데 그 직장에서 무기를 만들어요. 어쩌면 작은 부품 하나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부품이 모이고 기술이 쌓여 만들어진 무기로 결국 누군가는 다치고 죽습니다. 그렇다면 월급쟁이인 여러분의 책임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그 무기의 피해자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금요일 아침 수업이었던지라 비몽사몽 앉아 있었던 친구들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과학은 중립적이다, 무기를 어떻게 쓰느냐는 그걸 만든 사람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반응이 격해지자 옛날이야기를 하나 꺼내봤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핵무기를 개발했던 세기의 과학자 오펜하이머는 전쟁이 끝난 후 반핵운동가가 되었습니다. 핵무기가 부른 처참한 죽음을 목도하면서, 그것을 만든 과학자가 느꼈을 죄책감은 무엇이었을까요?” 한 학생이 답했다. “그렇게나 많이 죽었다는 것에 놀랄 수는 있었겠죠. 하지만 그 죽음이 과학자의 책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난나</font></div> <a target= 
ⓒ난나http://www.nannarart.com/sis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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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랍의 봄’ 당시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바레인이라는 작은 나라에서도 200년 넘게 집권해온 왕정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시위대들이 있었다. 바레인 왕정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다른 나라 군대까지 동원해 이 저항을 진압했다. 이후 비상사태는 해제되었지만 약속한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격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바레인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바레인 워치’가 최근 한국 사회단체에 절박한 호소를 보내왔다. 왕정의 폭압적 시위 진압에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한국산 최루탄의 수출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바레인 왕정은 한국 기업들로부터 최루탄 150만 발을 수입했으며, 곧 160만 발 이상을 추가로 수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바레인 전체 인구가 약 12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양도 엄청나지만, 더욱 끔찍한 것은 무차별적인 최루탄 발사에 의한 시위대 사상이 수백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2011년 12월31일에는 15세 소년 사예드 하쉬엠 사에드의 얼굴에 최루탄이 직접 박혀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1987년 6·10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처럼, 1960년 4·19를 촉발한 김주열 열사처럼 말이다. 바레인 워치는 그 소년 얼굴에 박혔던 최루탄이 한국산이라고 전했다.

최루탄 수출한 기업과 한국 정부, 그리고 우리 사회

15세 사예드의 죽음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바레인 왕정의 과잉 진압이 문제지 최루탄 수출이 무슨 문제냐고 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바레인이 어딘지도 모르고 살아온 평범한 한국 사람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까? 분명 우리가 그 소년의 죽음에 대해 직접적인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적인 ‘죄’가 없다고 희생자들이 보내는 호소에 응답할 ‘책임’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비판적 지성 다카하시 데쓰야는 법적인 죄와 달리 책임이란 타자로부터의 호소에 응답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정의했다. 더 이상 내 가족과 친구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는 바레인 사람들의 간곡한 호소에 응답하는 것, 이게 우리의 책임이다.

국내 수요가 끊기자 해외로 눈을 돌려 독재국가에 최루탄을 수출해온 기업, 그리고 이를 승인한 한국 정부와 함께 직간접으로나마 그 피비린내 나는 이익을 향유해온 우리 사회는 응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앰네스티와 평화운동 단체들은 곧 있을 최루탄 선적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러분의 응답을 기다린다. 
2013/11/17 19:15 2013/11/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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