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억은 힘이 되고
임선수는 규칙적으로
분류_Category
이것이소개_about
마음의병_Diary
보내자원고_Column
나름아티클_Article
우리애기_Book
하자평화연구_Field
일단작품세계_Photo
생계형디자인_Design
기억력강화_Scrap
모른척해줘_missingyou
316066 Visitors up to today!
Today 49 hit, Yesterday 39 hit
2014/06/29 20:29, 보내자원고_Column
가해자로서의 기억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국가는 벌써 원인과 책임 주체를 교묘하게 삭제한 기억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이 비겁하고 잔인한 사회를 낳은 가해자로서의 기억을 가져야 한다.
 
 
[350호] 승인 2014.06.02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 비참했고, 슬펐고, 눈물이 났던 사람들은 이제 각자의 감정을 딛고 일어나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짐만으로는 힘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함께 이야기하지 않으면 말이다.
 
난 우리가 ‘가해자로서의 기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로서의 기억은 “안타깝게 희생된 목숨들에 애도를 표하고, 모두 힘을 모아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와 같은 공허한 기억과 싸우는 일이다. 국가는 벌써 사태의 원인과 책임질 주체들을 교묘하게 삭제한 기억을 만들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19일 대국민담화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해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겠다는 약속을 했다. 유족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지만, 유족이 원하는 기억은 이런 방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4월16일이 ‘국민안전의 날’이 되는 순간 뒤집힌 선체에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가했던 끔찍한 짓은 사라지게 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난나</font></div> <a target=
 
 
가해자로서의 기억이 공허한 탈맥락적 기억과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를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관은 원폭 투하 이후의 히로시마가 겪은 고통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핵무기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기념관에 원폭의 맥락인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태평양전쟁은 담겨 있지 않다. 핵무기는 그저 하늘에서 떨어진 너무나 큰 고통일 뿐이다. 전쟁 반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전쟁 책임에는 둔감한 일본 정신 구조의 시작에는 바로 이 탈맥락적 기억이 있다.
 
이에 저항하는 가해자로서의 기억은 교토에 있는 리쓰메이칸 대학 부설 평화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초입에서 방문자들이 마주하는 것은 바로 이 대학의 전쟁 책임이다. 전쟁 시기 리쓰메이칸 대학에서 몇 명의 학도병이 모집되었으며, 어느 지역으로 파병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이 자행한 만행이 전시 내용의 중심에 있다. “자학사관 박물관 폐쇄하라”며 우익들의 집회가 이 박물관 앞에서 빈번하게 벌어지지만, 진보적 학풍의 리쓰메이칸 대학은 박물관을 굳건하게 유지한다. 이게 바로 가해자로서의 기억이다. 추모나 애도로 쉽게 도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 가해 사실과 책임을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다음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유가족들을 길바닥에 주저앉게 했던 5월9일 청와대 앞도 기억하자  
 
히로시마처럼 세월호를 기억하지 말자. 죽음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그들을 죽게 했던 우리를 부끄러워하자. 살인자 운운하며 가장 먼저 책임을 피한 대통령을,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지만 언론 통제에는 너무나도 유능했던 정부를, 돈에 눈이 멀어 생명 따위는 안중에 없었던 기업을, 세월호에서 사망한 “300명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자 적다”라고 말한 KBS를, “시체 장사 한두 번 당해봤는가”라고 말한 인간들을 기억하자.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만이 아니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100명이 넘는 유가족을 영정과 함께 차가운 길바닥에 주저앉게 했던 5월9일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 비겁하고 잔인한 사회를 만들었던 이 시대의 우리들을 기억해야 한다.
 
가해자로서의 기억을 담을 수 있도록 팽목항에 기념관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대한민국의 맨얼굴을 가장 잘 담은 기념관 말이다. 국가 부정이니 자학이니 하는 비판이 있다면 말하자.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이 공동체를 사랑하고 생명을 아끼는 방식이라고. 그 기념관 한편에는 깜깜하고 바닥이 많이 기운 방이 있었으면 한다. 희생자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벽에 표시되면서, “가만히 있으라”라는 소리가 계속 나오는 그 공간에 우리 스스로를 세우자. 이것이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않는 방식이었으면 한다.
2014/06/29 20:29 2014/06/29 20:29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