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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2 19:47, 보내자원고_Column
대통령을 모욕할 자유
 
민주주의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고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날선 비판을 차분하게 들을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저버리고 칼을 빼드는 순간 비극이 시작된다.
 
임재성 (평화 연구자) 
 
[372호] 승인 2014.11.03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10개를 꼽으라면, 꼭 들어갈 만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저 근엄한 말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틀 만인 9월18일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힌다. 카카오톡 관계자까지 호출받아 참여했다는 그 대책회의에서다. 권력형 비리도 강력범죄도 아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도 못하는 명예훼손 사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뜬금없는 선언은 사실 대통령 욕하면 잡혀간다는 친절한 공지였다.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일본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다.
 

민주주의란 ‘최고 권력자를 모욕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체제’이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본질임은 자명하다. 서로에게 물어보고, 좋은 사람에게 박수치고, 이상한 정책에 대해선 야유할 수 있어야 정부든 선거든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그 표현의 자유가 판가름 나는 지점은 ‘기존 질서의 심장을 건드리는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가이다. 
 

가장 많은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욕할 수 있는 국가라면, 그 국가는 틀림없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역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그 욕을 차분하게 들을 ‘의무’가 있다. 사실 현직 대통령에게는 오직 욕먹을 의무만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의무를 저버리고 칼을 빼드는 순간 비극이 시작된다.
 

정당한 비판이라면 모를까 모욕은 심한 거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타당하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모욕이고 어디까지가 비판일까? 그 기준은 본디 모호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사람들이 ‘말’을 하는 이유는 뭐 대단한 이득이 생겨서가 아니다. 그런데 어떤 말을 하면 잡혀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자기 말이 비판과 모욕 중 어디에 속하는지 따지지 않는다. 그냥 입을 닫아버린다. ‘냉각 효과’라 불리는 현상이다. 모욕을 처벌하는 순간 비판도 없어진다.
 
별로 급진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대법원은 공적 인물, 공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표현의 자유가 좀 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확고하게 말하고 있다. 공적 인물 순위를 매겨본다면 부동의 1위는 대통령 아닐까? 대통령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공적 행위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비판, 그리고 모욕까지도 보장이 되어야 그 큰 권력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비로소 작동할 수 있다. 근거 없는 모욕이라면 알아서 사라질 것이다.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반박하면 된다. 청와대가 한마디만 해도 모든 언론이 헤드라인으로 다뤄줄 것이다.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반박하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인권국가 맞느냐”는 산케이의 질문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책을 비판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자기 차에 ‘흑인 사회주의자 오바마(Black Socialist Obama)’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독재자 박근혜’ 정도 될까? 비열한 수사였지만, 그 자유는 분명 부럽다고 느꼈다. 여러 이유로 휘청거리는 미국이 그래도 버티는 이유가 이 자유에 있구나 싶었다.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라 했다고 그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고, 오바마의 건강보험 정책은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기자의 소속사인 산케이는 침략 전쟁을 긍정하고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논조를 띤 일본의 대표적 극우 신문이다. 이 극우 신문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며 소리쳐야 할 사람들은 우리인데, 정작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산케이다. 외교부 대변인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인권국가 맞느냐”라며 대답해보란다.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나라 꼴이 비참하다. 
2014/11/12 19:47 2014/11/1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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