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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3 23:32, 보내자원고_Column
‘서북청년단’이 기다리는 명령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이들이 있다. 서북청년단은 해방 직후 있었던 정치 테러의 대명사인데,
 이 단체 이름이 2014년 다시 등장하다니. 음산하고 으스스한 대한민국이다.
[376호] 승인 2014.12.01 
 
 
“난장판이 된 우리 사회를 온몸으로 지탱하겠다는 살신보국(殺身報國)의 정신으로 서북청년단 재건의 깃발을 올리는 바이다.” 2014년 10월27일자 서북청년단 재건 취지문 중 일부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어떤 이는 해방 정국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살육한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것은, 살인 집단 지존파를 재건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광기를 욕하기는 쉽다. 문제는 이들을 잉태한 우리 사회의 ‘지금’을 말하는 것이다.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 해방 직후 벌어졌던 정치 학살을 숭배하는 이 경악스러운 이름에는 2014년 대한민국이 담겨 있다. ‘우익 테러 집단’의 등장이 가능한 사회,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이다. 폭력의 조건은 적대다. 폭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우리’가 아닌 ‘적’이어야 하고, 제거되어야 할 ‘악’이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 내내 증오와 배제를 본질로 하는 적대의 정치는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은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며 없애야 할 대상으로 낙인찍혔다. 사회를 가득 채운 이 적대의 기운을 서북청년단은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돌아보자. 2년 동안 박근혜 정권은 정치를 하지 않았다. 공격을 했다. 상대의 목을 졸랐고, 뿌리를 잘랐다. 전교조는 법적 지위를 박탈당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교원노조를 탄압하는 나라가 되었다. 철도 파업 과정에서 민주노총 본부는 경찰이 휘두른 오함마(대형 망치)에 부서졌다. 민주노총 설립 이후 수많은 총파업이 있었지만 그 어떤 정권도 본부를 뜯을 생각을 하진 않았다. 심지어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을 해산시키는 청구가 정부의 이름으로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었다. 합법 정부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원칙 따위는 없었다. 야당을 공격하기 위해 국가 기밀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신나게 뿌려댔고,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것 같아 보이자 검찰총장까지 개망신을 주며 내쫓았다. 종북, 좌익, 빨갱이라는 단어가 다시 언론을 채웠다.
 
그리고 세월호.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아이들은 “사랑해. 정말 사랑해” 문자를 보내며 죽었고, 부모들은 길바닥에서 그 문자를 쥐고 통곡했다. 그 속에서 진행된 지난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슬로건은 “박근혜를 지키자”였다.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자는 것이었을까? 5월9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밤새 오한에 떨며 대통령 좀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10월29일 국회 연설을 하러 온 대통령에게 유가족들은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모두 차갑게 버려졌다. 나라에게 내쫓긴 난민의 꼴이었다. 이 모습을 본 서북청년단은 생각했을 것이다. 저 불순한 유가족들로부터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이들은 가장 먼저 세월호 농성장으로 향했다.

 
 
서북청년단 총회에 참석했던 그때 그 대통령 
 
“사상이 건전한 여러분이 나서야 한다.” 1947년 12월10일 서북청년회 총회에 참석한 이승만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젊은이들의 엉덩이는 들썩였을 것이다. 청년들은 모두 “제주도 하나 없어진다고 해도 대한민국 존립에는 아무런 이상 없다”라는 대통령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해 무력 충돌이 발생한 제주도는 이승만에게 ‘빨갱이의 섬’이었으며, 제주 사람들은 죽여도 될 존재였다. 이 연설을 듣고 제주도로 내려가 학살에 가담했던 서북청년회원 박형요는 말한다. “이 대통령의 허락 없이 어느 누가 재판도 없이 민간인들을 마구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겠습니까? 이 대통령이 ‘죽이지 말라’고 했으면 제주도에서와 같은 학살 사태가 있을 수 있습니까?”
 
2014년 서북청년단은 이승만 시절 그랬던 것처럼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들은 불순한 세력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국민이 아니라는 명령 말이다. “외부 세력이 세월호 특별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의 목소리에 누군가의 엉덩이가 들썩인다.  
2015/01/23 23:32 2015/01/2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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