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억은 힘이 되고
임선수는 규칙적으로
분류_Category
이것이소개_about
마음의병_Diary
보내자원고_Column
나름아티클_Article
우리애기_Book
하자평화연구_Field
일단작품세계_Photo
생계형디자인_Design
기억력강화_Scrap
모른척해줘_missingyou
325061 Visitors up to today!
Today 14 hit, Yesterday 62 hit
2015/01/24 00:26, 보내자원고_Column
우익 테러의 시대
 
고등학생이 ‘종북 행사’를 막겠다며 사제 폭발물을 터트렸다. 
종북몰이로 재미를 보던 보수 세력은 이제 그들이 만든 적대의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임재성 (평화 연구자)
  
 
[380호] 승인 2014.12.27
 

 
열여덟 살 고등학생이 ‘종북 행사’를 막겠다며 200여 명이 모인 장소에 사제 폭발물을 터트렸다.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 이야기’ 강연에서였다. 신은미씨는 북한 방문 르포로 한국기자협회와 PD연합회가 수여하는 통일언론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보수 언론들은 연일 신은미씨의 강연을 북한을 찬양하는 종북 콘서트라고 공격하고 있었다.
 
청년은 범행 전 자신이 활동하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집 근처에서 신은미 종북 콘서트 여는데, 폭사당했다고 들리면 난 줄 알아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살인의 고의다. 그 행사가 위협이라고 생각했다면, 국정원이나 경찰에 신고하면 됐을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없애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사회가 만든 괴물이다. 종북몰이로 재미를 보던 정치권과 보수 언론들은 이제 그들이 만든 적대의 세상이 본인들도 감당할 수 없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지난 글(제376호 ‘서북청년단이 기다리는 명령’ 참조)에서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의 등장을 보며 지금 대한민국을 ‘우익 테러 집단’의 등장이 가능한 사회라고 규정했다. 문장은 단정적이었지만, 과잉 해석이 아닐까 고민했다. 사실 극우 세력의 현재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그들의 온라인 공간에 들어가 보았다. 회원 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서북청년단’이 새겨진 조끼를 입고 시내를 돌아다녀 많이 홍보했음을 셀카와 함께 열심히 올려대고 있었다. 외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난 이 단체와 연대할 사람들은 없어 보였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난나</font></div> <a target=
ⓒ난나
 
 
조직의 초라함도 초라함이었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건강함을 신뢰했다. 아무리 증오와 적대가 심해졌어도, 사람을 해하는 것에 대한 혐오감과 거부감은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테러는 감히 누구도 선뜻 택할 수 없는 수단이라 믿었다. 그럼에도 연구자라는 자리에서 민감한 편이 낫다는 생각에, 한참을 망설이다 ‘테러가 가능한 사회’라고 썼다.
 
순진했다. 아니 무지했다. 테러가 ‘가능한’ 사회가 아니라, 일어나고 있는 사회이다.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한 고등학생의 예외적 행동이 아니다. 테러 직후 우익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빨갱이들이 하는 말을 막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라며 선처를 요구했다. 그의 의로운 행동을 돕기 위해 1000만원이 넘는 변호사 비용을 성금으로 모았다는 주장, 나라를 지킨 열사이기에 훈장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우익 청년들은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또다시 테러가 일어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종북 콘서트’ 운운하며 도리어 폭탄 피해자들을 비판하는 대통령 
 
무엇보다 절망스러웠던 것은 대통령이었다. 고등학생의 테러가 벌어진 것은 12월10일이었다. 12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 사건을 언급한다.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 양 왜곡 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폭발물을 던져 사람 3명이 크게 다쳤는데,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비판한다. 최고 권력자의 입으로 ‘종북’이라는 테러 명분까지 치켜세워주었다.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테러를 옹호한 것이다. 구속된 청년은 감옥에서 대통령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것이다. 본인이 대통령을 움직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부탁한다. 테러는 안 된다고,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테러의 희생자 아닌가. 새누리당이 말하는 법치란 무엇인가. 우익 테러의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단호한 태도를 보여달라. 우든 좌든, 테러 시대는 이 사회가 쌓아온 모든 가치의 공멸이다. 
2015/01/24 00:26 2015/01/24 00:26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