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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8 14:20, 보내자원고_Column
거대한 마술과 싸우는 ‘흙’


세월호 사건 이후,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갑자기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거대한 마술’을 접했다.
마술에 맞서는 사회를 키워야 한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어야 할 이유다.

임재성 (평화 연구자)



불쌍한 죽음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는 통곡할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왜 죽었는지 알아야 통곡이라도 할 것 아닌가. 단원고 2학년 3반 신승희의 어머니는 작년 7월 거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휴대전화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리 딸이 이렇게 예뻤는데 죽었어요.”
 
통곡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는 1년에 교통사고로 몇 명이 죽는데 이 난리를 치느냐고 윽박질렀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찬 바닷물 속으로 빠져갈 때, 사람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듯이 슬퍼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정부가 무능하다고, 대통령이 책임지라고 외치기 시작하자 절대적인 호의는 절대적인 반감으로 틀어졌다. 그건 하나의 마술이었다. 
 
오래된 마술이다. 이 사회를 지배해온, 우리 머리를 지배해온 마술이다. 이게 교통사고인가? 소설가 박민규가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세월호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우리는 교통‘사고’라 부르지 교통‘사건’이라 부르지 않는다.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사람들은 천천히 죽어갔다. 희생자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줄을 맞춰 ‘가만히 기다리며’ 세상이 자기들을 구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는 구조하지 않았다. 이건 시스템이 고의적으로 만들어낸 사건이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들이 물에서 나오자 부모들은 자지러졌다. “나는 열심히 일해서 세금 낸 죄밖에 없어. 그런데 내 자식을 왜 저렇게 만들었어! 구해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공기 넣겠다더니 풍덩 가라앉혀 버렸네! 이젠 다 죽이네! 이 더러운 나라!” 바로 그 시점에서 시스템은 이 사건을 사건이라 부르지 못하게 했다. 유가족들에게 미행을 붙이고, 보상금 이야기를 담은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규명 조직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면 사법체계가 흔들린다고 선을 그었다. 거대한 마술 앞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갑자기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다. 차분히 생각하면 무엇 하나 이치에 맞는 것이 없다. 하지만 마술은 거대했다.

거대한 마술과 싸우는 법. 그 마술에 맞설 수 있는 사회를 키워야 한다. 국가나 권력이 아니라 사회를 말이다. 근데 우리에게는 사회가 자랄 흙이 너무 빈약하다. 그 흙이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각자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 쌓이고, 풍화되고 퇴적되면서 흙이 만들어진다. 오직 그 흙을 통해서만 사회는 단단하게 자랄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자 350만명, 딱 그만큼만 이 책을 읽는다면…
 
다행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잘 갈무리한 책이 나와서. 이 책에는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나 정부의 책임, 대안 등의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우리는 늘 급한 마음에 그런 실질적 무엇을 찾지만, 그런 것들도 흙이 없다면 다 소용없다. 숨을 돌리고, 흙을 쌓자.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의 마음에 쌓자. <금요일엔 돌아오렴> 이 책 제목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에 350만1266명이 참여했다. 딱 그만큼의 사람들이 이 책을 사서 각자의 마음에 묻는다면, 사회의 흙은 성큼 돋게 될 것이다. 
 
단원고 2학년 4반 김건우는 4월16일 오전 10시에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고 있었다. 하나 날라다 주고 손 털고. 또 하나 날라다 주고 손 털고. 앞에 있는 친구가 구명조끼가 작아 안 맞으니까 다른 것 가져다 비닐 뜯어서 주고. 자식이 죽음 앞에 겁먹고 있을까 봐 차마 영상을 보지 못해왔던 건우 어머니는 겨우 영상을 본 후 말했다. “아, 우리 아들 잘했어. 잘했어.” 우리가  쌓아야 할 흙이, 이 책에 있다.
 
2015/05/18 14:20 2015/05/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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