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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1 23:13, 보내자원고_Column

여자도 군대 가야 양성 평등?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③] 알렉스 파루신

2009-05-13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513152430&section=03

이스라엘에서 온 알렉스 파루신(Alex Parushin)은 여성 병역 거부자이자 이스라엘 반군사주의 운동단체인 '뉴프로파일(New Profile)' 활동가이다. 여성까지 징병되는 이스라엘 국가에서 여성이자 병역 거부자로서 활동을 만들고 있는 그녀에게 군대와 남성성에 대한 문제를 물어보았다.

▲ 이스라엘 여성 병역 거부자 알렉스 파루신(Alex Parushin). 그는 '뉴프로파일(New Profile)' 활동가이다. ⓒ임재성

여성으로서 병역 거부자가 되기까지

임재성 : 병역 거부자라는 호칭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낯선데, '여성' 병역 거부자라는 것은 더욱 그렇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병역 거부를 결심하게 되었나?

알렉스 : 고등학생이던 16살에 군대에서 입영에 관한 첫 번째 편지가 왔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군대는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초·중·고를 거치듯 고등학생들은 자연스레 18세가 되면 모두 군대에 간다고 생각한다. 군인들이 고등학교에 와서 여러 설명회를 진행하고, 우리가 군대에 가서 군악대의 공연을 보거나 병영캠프 같은 것도 진행한다. 그 캠프 중 하나가 나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내가 17살이 되던 때 캠프에 가서 작전 훈련, 안전 수칙, 총기 조립과 같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몇 발의 총을 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그때까지 총을 좋아했다. 장난감 같이 작고 신기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사격을 했을 때의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총구에서 나가는 작은 총알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느낌에서 벋어날 수 없었고, 집에 돌아가서도 악몽의 연속이었다. 이후 2년 정도 고민을 지속하면서 병역을 거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임재성 : 이스라엘은 형식적으로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불합리하다고 들었다. 당신의 경우는 어땠는가?

알렉스 : 법적으로는 병역 거부가 인정된다. 그러나 이것은 대외적으로 인권 기준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 정부는 징집 대상자들에게 병역 거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으며, 실제 병역 거부를 판결하는 위원회에서 남성들의 경우 대부분 탈락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그나마 남성보다는 통과 비율이 높은데 이는 이스라엘 군대 내의 성별 불평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병역 거부 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했다. 심사는 6명의 퇴역 남성 군인들로 이루어진 위원회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질문은 바보 같은 내용이었다. 질문 중 하나는 이랬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로에서 죽는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가? 너의 양심을 침해하는 일이 아닌가?"

첫 심사에서는 기각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일이었다. 위원회는 일단 처음에는 다 기각을 시키고 계속 다시 신청하는 사람들에게만 허용해주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심사에서는 나의 지인들까지 증인으로 나와야했다. 다행히 대체복무제의 기회를 얻었고 2년간 빈곤층 아이들의 교육시설에서 일했다.

기피와 거부, 돼지와 배신자

임재성 : 이스라엘에서는 상당수의 이들이 군복무에서 면제가 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감옥까지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알렉스 : 정부는 모든 이들이 군대에 간다고 말하지만, 군대 부적합자라고 불리는 'Profile21'로 분류가 되면 면제를 받는다. 이 범위는 상당히 넓은데 신체적인 결함이나, 정신적인 장애 등이 사유가 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을 하면 면제가 된다. 때문에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나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신념을 배경으로 이러한 면제를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이들은 회색 거부(Grey Objection)이라고 부른다. 물론 공개적으로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이것을 자신의 정치적 행동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병역 거부 심사과정이나 감옥 생활과 같은 법률적 지원이 더 많이 필요로 하기에 운동에 있어서 중점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 두 방식 중에서 옳고 그름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사회적으로 이 둘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있다. 게으르거나 단지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 면제를 받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사회에 대한 봉사를 피할 수 있냐며 '돼지'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에서 징병제는 어릴 때는 부모와 사회의 도움으로 컸으니 성인이 되어서는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논리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는 병역 거부자들은 '배신자'로 불리며 "가자(Gaza)로 꺼져라", "아랍인들과 살아라" 등의 야유가 쏟아진다. 이는 현재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이스라엘인 사회의 인식을 보여준다. 이들은 점령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과의 팽팽한 전쟁이라고 현재 상황을 인식하며, 스스로를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대가 가지 않은 이들은 취직을 할 수도 없었다. 직장에서 군대에서 발급하는 신체검사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불법이 되었는데, 우리 단체에서 이러한 행위의 적법성을 법원에 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이스라엘 사회의 군사주의가 조금씩 극복되고 있기는 하다.

임재성 : 한국 역시 1960~70년대에 여러 이유로 상당한 숫자의 병역기피자가 존재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이러한 기피를 막기 위해서 사용했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취직과 군필을 연계시키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직장마다 직원들의 군필 확인서를 비치해야 할 정도였다. 이제 한국은 이 제도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문제라고 생각 하지 못할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군대 갔다 와야 남자 된다"는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군대와 남성성을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여성도 군대에 가는 이스라엘은 어떠한가?

알렉스 : 여성도 징병이 되지만 이스라엘에서도 군대는 남성성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군대는 통과의례처럼 인식되기에 "군대를 갔다 와야 어른이 된다"고 하지만, 사실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 여자가 된다고 말한다.

반면 군인은 사회적으로 다 큰 진짜 남자의 상징과 동일시되곤 한다. 군대 내에서는 전우애와 같은 남성간의 연대가 상당한데, 전투병은 대부분 남성들로서 그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성에게 군대란 자기긍정의 공간이지만, 여성에게는 다르다. 군대에서 여자들의 지위는 비서나 복지, 행정적인 일에 머무르고 사회의 성별위계가 재생산되게 된다.

여성이 군대에 가도 남성들만 말할 수 있다

임재성 : 한국의 일부 여성운동 그룹은 여성징병제를 통해서 보다 진정된 양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에서 여성 징병제가 성평등에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나?

알렉스 : 이스라엘 역시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남녀징병으로 인해서 우리 사회의 성평등이 이루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은 군대 내부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며, 여성도 전투병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활동 등을 했다. 그러나 실제 전투병으로서 끝까지 가는 여성의 숫자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며, 군대 내에서 고위직 등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

나는 군사주의가 성별화된 사고체계인데, 이것을 확대재생산하는 군대를 통해서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본다. 또한 오랜 시간동안 여성의 징병이 계속되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 사회에서 안보와 관련된 이야기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고 여성들에게는 발언권이 박탈되어 있다. 과연 군장성을 여성이 한다고 해서 안보문제에 대한 더 여성의 발언권을 획득할 수 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임재성 : 팔레스타인 점령을 위해서 공포를 극대화하고 그것에 대한 군사적 수단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이스라엘의 군사주의가 상당하다고 알고 있다. 그러한 이스라엘의 군사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당신의 단체는 그것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는가?

알렉스 : 이미지로서 '군인'은 사회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광고 속에서는 어머니는 군대에서 돌아올 아들을 생각하면서 치즈를 준비한다. 또한 TV쇼나 드라마, 심지어 특별한 관련이 없는 교과서 속의 대화에서도 군인들은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군사주의라는 것은 이러한 이미지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군사주의란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이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속에서 사람들은 정부가 원하는 바대로 사회적 불평등이나 소수자의 문제에 무관심하게 된다.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싸우고 있다.

우리가 만든 인터넷 광고 중의 하나는 이렇다. 유명한 사람들, 예를 들어 큰 NGO의 대표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이들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습니다"라는 멘트가 깔린다.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 중에 이런 유명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들아, 군대에 안가도 이렇게 잘 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부모님의 모습도 있다. 이는 군대를 꼭 가야만 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이다.

실제 우리는 주요한 활동 중 하나는 고등학교를 방문해서 병역 거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군기피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기소되어서 현재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많이 이들이 사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임재성 : 당신의 경험과 이야기가 한국에서 병역과 성별화된 시민권의 관계를 살피는 것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인터뷰 감사드리고, 우리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뉴프로파일 단체의 지원을 위해 가능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뉴프로파일 영문 홈페이지 : http://www.newprofile.org/english/)

(통역=이세현)

2010/10/01 23:13 2010/10/0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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