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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21:11, 보내자원고_Column

참 딱한 인권위, 더 딱한 대한민국 국민

[주장] 현병철 인권위원장, ICC 의장 후보 포기... '국제 망신'

2009.07.3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87491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전 현병철 신임 국가위원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청와대제공

인권위도 힘들었을 것이다. 인권에 문외한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으로는 '각'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제2후보를 내세우는 방식까지 검토하다가, 결국 포기선언을 했다. 지난 30일 인권위는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차기 의장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스스로 시인한 꼴이다. "우리 위원장 인권 몰라."

법을 모르는 법무부 장관을 상상할 수 있을까? 도대체 우리 시대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장관급인 국가인권위원장에 인권을 모르는 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월급 받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일까? 인권 관련해서 한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에 "법학을 한 사람이 어찌 인권을 모르겠냐, 현장 경험은 없지만 인권은 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꿋꿋하게 말씀하시던 현병철 위원장님이셨지만, 정작 국제인권사회 앞에서 설 자신은 없으셨나 보다.

국제적 망신으로 끝난 "한국 인권 외교의 일대 사건"

이번 임기에 국가인권위원장직을 맡는 이는 국제인권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ICC 의장을 수임할 가능성이 상당했다. 조금 더 정직하게 표현하면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ICC 의장은 3년마다 4개 대륙별로 돌아가며 선출하는 방식인데, 이번이 아태지역의 차례였다. 이 순번을 위해서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은 2006년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으며, 그 결과 한국 인권위로 차기 의장국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였다. 곽노현 방송대 교수는 이를 "한국 인권 외교의 일대 사건"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이런 거 관심이나 있을까. 이명박 취임 이후 유엔인권 최고대표와 ICC 의장에게 받은 경고만 4차례이다. 지난 4월 인권위 조직축소와 관련해서 현 ICC 회장인 제니퍼 린치는 명시적으로 "정부의 인권위 축소 방침은 인권위가 국내적·국제적으로 쌓아온 신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ICC 회장 수임이 무산될 수 있음을 전달했다. 물론 조직 축소는 강행되었다.

이미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이었지만,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은 조기 사퇴로 ICC 의장국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사퇴의 변에서 "조속히 후임자가 임명되어 국민과 정부의 지원 아래 그동안 크게 손상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ICC 회장국직을 수임하여 인권선진국의 면모를 일신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다시 후임자를 보고 의장국 수임 가능성을 점쳐보자는 의견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도 잠시 뿐이었다.

현병철 교수가 임명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ICC 의장 포기 선언'이라고 했다. ICC 의장은 단순한 자리가 아니다. 연차총회 주재만을 맡는 일반적인 국제 조직의 의장과는 차원이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120여 국가인권기구의 조직체 대표로서 각 나라 인권기구의 독립성과 활동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유엔인권이사회에 출석해서 다양한 사안에 대한 국가인권기구들의 입장을 대표한다.

이런 자리에 단 한 건의 인권관련 활동이나 연구도 없는 현병철 위원장을 국제인권사회가 선택할 리가 없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현직 ICC 의장과 국제인권사회가 강력하게 경고한 인권위 축소를 강행하고 그 흐름 속에서 임명된 인권 문외한 인권위원장에게 의장 자리를 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저쪽이라고 왜 몰랐을까? 그러나 안다고 해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제2 후보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으며, 위원장의 자질이 부족해서 '대타'가 나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병철 위원장으로 출마를 하기에는 낙선될 가능성이 컸으며, 사실상 내정되었던 자리에 낙선한다면 그 후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포기 선언이다. "한국 인권 외교의 일대 사건"은 결국 "국제적 망신"으로 끝났다.

현병철 교수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취임을 반대하는 인권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취임식이 예정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인권을 모르는 인권위원장, 이 정도면 불법

"국제적 망신"의 근본에는 인권에 문외한 인권위원장이라는 우리 시대의 희극이 존재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병철 위원장이 "영어 실력도 미숙하고 인권을 잘 몰라 주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위원장이 인권을 모르기에, 그 개인으로도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인 ICC 의장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장관급인 인권위원장이 업무 수행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다.

인권위법은 위원장의 자격 요건으로 "인권문제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명시하고 있다. 법률로 명문화된 자격 요건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는 자유재량행위라기보다는 법률의 요건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법기속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이를 임명한 것은 불법 행위에 가깝다.

이 불법의 결과는 무엇일까? ICC 의장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서지만, 그 개인의 영예 역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3년 동안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얻게 될 국제적 네트워크와 상당한 양의 고급 지식들, 퇴임 이후에도 지속될 국제인권사회 속의 발언력 등을 고려해볼 때 ICC 의장의 경험을 가진 이가 이후 한국의 인권영역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했을 것이다. 인권위원회의 의장 포기는 이런 '사람'을 키울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안경환 전 위원장은 ICC 의장국을 수행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인권기구 설립과 같은 인권 외교를 주도하고, 내부적으로는 독립성 강화를 법제화하면서 추락한 인권위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했다. 아태지역에서 최초로 선출되는 ICC 의장기구로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지는 국제적 위상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피하고 싶은 '인권 선진국'

그래서였을까? 이명박 정부는 인권 영역에 큰 도움이 될 사람을 키우고 싶지도,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를 원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한국이 국제 인권영역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ICC 의장이 확정적인 이번 인권위원장에 인권 문외한을 임명한 '불법'을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계속적인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인권위 축소를 강행한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결국 이 정부는 '인권선진국'이라는 칭호를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 이후 인권위의 위상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국가기관들은 인권위의 권고를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범적인 사례로 칭송받던 인권위의 사례는 현재 국제사회의 우려를 받고 있다. 인권위는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인적·물적 조건이 필요한데 인권위가 인력 축소를 겪는 등 과거에 비해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장국 포기 이유로 밝혔다. 위원장 개인의 자질에 대해서는 함축하고 있지만, 이 역시 나름의 진실을 담고 있는 이유이다. 즉, 이명박 정권의 조직 축소가 의장국 무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또한 "국내 인권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기 위해서" ICC 의장국을 포기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지금과 같은 인권위의 여건에서는 ICC 의장기구라는 권위가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데 절실했다. 그러나 결국 인권위는 이를 포기했다. 내정되었던 의장 자리에 후보조차 포기할 만큼 한국의 인권은 비참해진 것이다. 무능을 자인한 인권위의 추락은 더욱 가파를 것이다.

인권위원회는 힘없는 자들의 보루였다. 2001년 설립 이후 8년의 역사가 그랬다. 지금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식수와 음식물을 넣게 해달라는 외침이 공권력에게 짓밟히자 그들이 두드린 곳은 인권위였다. 이 최후의 보루조차 무너뜨리려고 하는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010/10/02 21:11 2010/10/0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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