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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18:45, 보내자원고_Column

"국방의 의무 내세워 공짜노동력 착취

'군가산점'으로는 안돼, 제대로 보상하라"

[주장] '누더기 제도'가 우대방안? 이젠 실질적인 보상 논의해야

2009.10.1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33808

박종달 병무청장이 9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군 가산점제도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박종달 병무청창은 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우대방안" 중 하나로 군가산점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병역기피 사건들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군가산점 문제는 지난 1999년 위헌 결정이 난 이후 한국사회에서 늘 뜨거운 쟁점이 되어왔다. 논쟁의 구도는 여성과 남성, 혹은 군필자와 군미필자의 대립으로 비추어져왔다. 증오의 언어로 날선 비난들이 이루어졌지만, 초점이 어긋나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온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한국의 징병제에 있기 때문이다.

보상없이 희생만 존재했던 우리사회의 군대

일반적으로 징병제는 조국과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권리'와 '의무'의 평화로운 교환으로 묘사되어왔지만, 실상은 '진압'과 '보상'의 과정이었다. 징병제의 효시라고 알려져있는 프랑스에서는 전국적인 징병이 실시되자 지역민들의 반란이 이어졌고, 강제적 진압을 통해서 겨우 징집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강제만으로는 신체를 직접적으로 동원하는 징병이 유지될 수는 없었다. 보상이 필요했다. 서구의 역사에서 이 보상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투표권과 같은 시민권이었다.

1944년 일제가 식민지인 조선에서 징병제를 시행하면서도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이 점이었다. 조선인들이 참정권을 요구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병역의 기회는 진정한 '천황의 신민'이 되는 길이라 포장했다. 거짓된 명분만 있었지 그 어떤 대가도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최초로 경험한 징병제의 모습이다.

정부수립 이후 1949년 8월 병역법이 공포되며, 징병제가 처음 실시되지만 여러 상황으로 곧 중단되고, 본격적인 대규모 징병이 이루어진 것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다. 당시의 가두징집, 강제징집의 모습은 비극적이었다. 당시 이를 '훌치기'라고 불렀는데, 길거리에서 나이만 확인하고 마구잡이로 끌어갔다. 심지어 총을 들고 가택 수색을 하기도 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원빈과 장동건이 길가에서 전선으로 끌려가는 장면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 장면.

ⓒ (주)강제규 필름

전쟁 전 10만 정도였던 군대는 전쟁이 끝날 무렵 65만 대군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렇게 끌어만갔지, 제대군인들의 삶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살길이 막막한 제대군인에게 직장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글들이 언론에 이어졌고, 선거 때마다 제대군인에 대한 대책이 주요한 공약으로 대두되었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직후 우리 사회가 경험한 징병제의 또 다른 모습이다.

군가산점제도는 이러한 배경 위에서 등장한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권력을 접수한 직후인 1961년 '군사원호대상자고용법'를 제정하면서 상이군인을 의무 고용 하도록 한다.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요구를 제도화한 것이다. 이후 이 법률은 특정 기관의 채용에 있어서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확대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질적인 보상이 되었을까? 전혀 그렇지 못했다. 보상을 받을 기회가 매우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갈 뿐이었다. 또한 이 제도는 사실상 군미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군복무자들이 상대적 이익을 보게 하는 구조였다. 국가가 어떠한 재정지출이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집단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거짓 '보상'이었을 뿐이다.

이렇게 보상이 허술했던 반면, 기피자에 대한 단속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박정희 정권이 등장하자마자 당시 40%에 육박했던 병역기피자들을 일소하겠다며 기피자 자진신고 기간을 설정하고, 각 직장마다 병역필 확인서를 비치하도록 했다. 불시에 사업장을 검문해서 병역필 확인서가 없는 직원들을 해고시키도록 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병역필'의 입사조건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위헌소지 피하려고 줄이고 줄인 가산점제가 우대방안?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징병제는 '진압'만이 있었을 뿐 제대로된 '보상'이 없었다. 병역기피의 심리는 당연했다. 그러나 몽둥이를 든 국가 앞에서 "군대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라는 울분은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 유승준을 입국 금지 시켜도, 감옥에 있는 병역거부자들에게 욕을 퍼부어도 문제의 본질은 해결되지 못했다.

1999년 군가산점제도가 위헌판결이 났을 때 수많은 예비역들은 여성단체들에게 분노를 쏟아냈지만, 그때 "이제 가산점제와 같은 허울뿐인 보상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면 어땠을까? 위헌판결이 난 지 10년이나 지난 후에, 위헌 소지가 있을까봐 줄이고 줄여 누더기가 된 '군가산점제'를 다시 군필자 우대방안으로 내놓는 병무청의 뻔뻔한 모습은 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병무청장이 밝힌 병역기피에 대한 대책 역시 '진압' 일변도다. 병역기피 혐의가 밝혀져서 입대할 경우 1.5배에서 2배의 복무를 시키겠단다. 그러나 수십 년간 이어진 '진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병무청 역시 이를 인정하기에 "군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우대방안"을 함께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우대방안이라고 나온 것이 겨우 군가산점제도와 도로통행료, 국립공원 입장료, 철도료 등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이다. 너무하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 청어람

국정감사에서 군 제대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외국 사례를 묻자 박종달 병무청장은 미국이 제대군인에게 5~10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실제 전투에 참여하거나 군복무시 장애를 입은 경우 등에 한정해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제도에서 가산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에 불과하다. 광범위한 사회복지 혜택과 등록금 지원 등의 실직적 혜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질적인 보상 문제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돈이 어디 있냐'라는 반론이 나온다. 이러한 논리 속에서 국가가 돈 한 푼 안 들이는 군가산점제가 지금까지 보상정책의 얼굴격을 해왔던 것이다. 국가는 필요한 예산을 세금으로 모아서 집행하는 곳이다. 필요하면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뭔지도 모르는 4대강 사업도 척척 하고 있는거 아닌가.

또한 군인들의 월급과 복지, 제대후의 후생을 위한 재정이라면 대한민국에서 그만큼의 명분을 가진 예산집행이 있을까? 사병월급이 올랐다지만, 여전히 사병들이 평균적으로 소비하는 액수는 월급을 초과한다. 국가의 부름을 받은 '군인'이 각자 집안의 도움 없이는 일상적인 재생산도 안되는 것이다.

신성함에 가려진 울분, 이제 진짜 군대 의제 논의할 때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희생 논리만으로 공짜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은 이제 충분하다. 그 '신성함' 아래에서 군 내부의 인권유린과 폭력이 가려져왔으며, 군대문제라는 것이 사회적 의제로 토론될 기회조차 박탈되어왔다. 제대군인들은 하소연 할 곳 없는 박탈감을 분풀이만으로 삭인 채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했다. 군가산점문제가 가진 우리 사회의 휘발성은 이렇게 억눌려왔던 우리 시대의 모습을 반증한다.

2002년, 군대 월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시기가 있었다. 이후 군대 월급 문제는 나름 진척을 보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당시 이 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을 하던 이들이었다. 왜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이들이 군인 월급 인상 운동을 했을까? 병역거부를 두고 벌어진 엄청난 비난여론을 경험하면서, 이들은 군대 문제가 가진 겹겹의 모순들을 절실하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황현산 고려대 교수는 얼마 전 한 칼럼에서 우리 사회에서 군대 문제가 "원한 폭발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가짜 의제"로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우리는 누가 더 피해를 보는가와 같은 가짜 의제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을 어떻게 진짜 의제로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을 해야 한다. 군가산점제와 같이 실질적이도 않으며 다른 집단에 대한 희생을 딛고 이루어지는 제도를 놓고 벌어지는 찬반을 넘어서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군복무라는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온전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토론해야 한다.

2010/10/03 18:45 2010/10/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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