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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7 18:09, 보내자원고_Column

계속된 인권 침해는 새롭지 않은가

여전히 매년 500명에 가까운 젊은이가 종교 또는 신념을 이유로 감옥에 가고 있지만 
세상도 사람들도 더 이상 놀라워하지 않는다. 계속된 인권침해는 새롭지 않아서일까.

임재성 (평화 연구자) 


출소한 지 10년이 되는 날, 이 글을 쓰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1년6월의 형을 받고 서울구치소·충주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다 2006년 5월4일 출소했다. 출소를 환영한다며 감옥 철문 앞에 모인 친구들이 두부를 사왔기에 한 입 베어 먹었는데, 함께 오신 어머니가 화를 내셨다. 죄도 없는 네가 왜 두부를 먹느냐고.

남들 다 가는 군대를 왜 못 가겠다는 거냐며, 통곡했던 어머니는 구속된 이후 반년이 넘도록 편지 한 통 쓰지 못하셨다. 수감 6개월이 지나가던 2005년 여름, 큰 용기를 내 접견을 오신 어머니는 ‘이제는 나라에서 법이 만들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며 조심스레 마음을 여셨다. 누구를 때리지도, 누구의 것을 뺏은 적도 없는 아들이 감옥에 있어야만 하는 현실. 수많은 젊은이가 ‘총을 들 수 없고, 살인 훈련을 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에 감옥에 가는 현실을 비로소 인정하셨던 것이다.

출소하고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끔 듣는 질문이 있다. “병역거부자로 살아가며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전과자의 불이익이나 가족의 고통 등을 예상하며 던진 질문이겠지만, 내 답변은 ‘비참함’이다. 병역거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 좋은 방식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래서 비참하고, 병역거부자로서 고통스럽다.

‘익숙해져버린 인권침해.’ 한국 사회에서 병역거부 문제의 현재 모습이다. 여전히 매년 500명에 가까운 젊은이가 종교 또는 신념을 이유로 감옥에 가고 있지만, 수십 년째 그래왔던 것 아니냐며 세상도, 사람들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놀라워하거나 이야기하지 않는다. 종종 언론사 기자들을 만나 병역거부 문제를 다뤄줄 수 있는지 문의해보지만, 하나같이 돌아오는 답변은 ‘새로운 것이 없어서 실어줄 수 없다’이다. 계속된 인권침해는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만의 이야기일까? 2004년 개원한 17대 국회에서는 병역거부 문제가 국방위원회 등에서 치열하게 논의되었지만, 18·19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만 발의되었을 뿐 상임위원회에 안건 상정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방부와 병무청도 초창기에는 내부에 연구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고민을 했지만 이제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아무런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영희 그림



유엔의 ‘강력한’ 권고도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병역거부자들조차 체념하고 있다. 대체복무 제도가 인정된다면 1.5~2배가 더 긴 복무라도 기꺼이 수행하겠다며, 세상과 법정에서 ‘기회를 달라’고 주장하던 병역거부자들은 사라졌다. 이제는 묵묵히 감옥에 간다.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몇몇은 한국을 떠나겠다며 프랑스·캐나다 등에 난민 신청까지 했다. 신청을 받은 국가들은 한국 정도의 규모와 수준을 가진 나라가 병역거부자 수백명을 수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국제인권규약상 허용하는 병역거부를 법으로 처벌하는 한국에서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를 찾은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한다. 한국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이건만, 그 누구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대한민국 4차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병역거부자 전원을 즉시 석방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2015년 10월). 유례없는 수준의 표현이다. 그리고 1년 안에 병역거부 관련 이행 상황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유엔의 요구는 새로울 것 없는 병역거부 관련 이야기이기에 한국 사회에는 거의 알려질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래서 이 새로울 것 없는 칼럼을 쓴다. 병역거부자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가장 원칙적인 주장이, 남을 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사회에, 그것이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에게 다시금 전해질 수 있도록.

 

2016/09/17 18:09 2016/09/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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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9 19:21, 보내자원고_Column
학대와 체벌은 다를까?

현행 법령은 아동(학생)에게 가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체벌을 금지하자는 목소리는 미약하다. 체벌이 학대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을 잊지 말자.

[445호] 승인 2016.04.01 

임재성 (평화 연구자) 



몸체(體)자와 벌벌(罰)자의 합인 ‘체벌’은 글자 그대로 ‘몸에 직접 고통을 주어 벌한다’라는 의미다. 영어로도 ‘corporal punishment(신체적 처벌)’인데, 이처럼 ‘신체성’은 체벌의 핵심이다. ‘사랑의 매’나 ‘교육적 체벌’ 등 은유나 수식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결국 타인의 신체에 물리력을 가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체벌이란 다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자 폭행이다.

아동·청소년은 ‘미숙’하기 때문에 때려서라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체벌을 지지하는 이들의 논리다. 폭력의 대상을 열등한 것으로 규정해, 그 정당성을 찾는 오래된 방식이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체벌이 교육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구체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수많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체벌의 교육적 효과가 없다는 점, 체벌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폭력과 복종을 내면화하고 학교폭력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 등이 명확하게 입증되고 있을 뿐이다. 체벌을 당한 아이들의 감정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 그 어떤 아이도 체벌 이후 ‘반성’이나 ‘미안함’을 느꼈다고 응답하지 않았다. 체벌을 당한 아이들이 품었던 감정은 당연하게도 무서움·화남·끔찍함·창피함·외로움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자는 목소리는 희박하기만 하다. 여론조사에서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늘 80%를 상회하고 있으며,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가르치느냐” “맞을 만한 짓을 하면 때려야 한다” 같은 언어가 단단한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일 언론을 채우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학대 행위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외치고 피해 아동의 사연에 가슴을 치면서도, 학대와 체벌은 다르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사랑의 매와 분노의 매가 다르다는 것은 전형적인 가해자의 논리다. 자신의 의도에 따라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 아이들에게는 맞는 이유가 사랑이든 분노든 다를 바 없다.

학대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수갑 찬 괴물에 의해서만 일어나지 않다. 2014년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접수된 사례를 기준으로 아동학대는 1만72건이었고, 이 중 81.8%가 부모에 의해서 발생했다. 실제 건수는 신고된 건수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기에 2014년 한 해만 해도 수만명의 부모가 아동학대를 저지른 것이다. 체벌이 부모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되는 나라에서, 가정 내 체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때리는 자는 무뎌지고 맞는 자는 자포자기하게 된다. 이처럼 학대는 체벌의 과정이자 합으로서 발생한다. 체벌이 근절되지 않는 한 아동학대를 막을 수 없다.



꾸준한 캠페인으로 아동의 ‘체벌 경험’을 한 자릿대로 줄인 스웨덴

학대에 대한 신고와 처벌은 사후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부감은 있겠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체벌 금지를 논해야 한다. 이미 아동복지법이나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서는 아동(학생)에게 가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조차 드물다. 법으로 ‘금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스웨덴은 1979년 부모에 의한 체벌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면서 2년 동안 90%의 가정에서 아이·청소년을 때리는 것이 적법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제정 당시 70% 이상의 반대 여론을 뚫고 겨우 제정되었으나, 꾸준한 캠페인 결과 2000년 이후 스웨덴 아동의 체벌 경험은 한 자릿대로 떨어질 수 있었다. 아동학대 문제가 해결된 것은 물론이다. 우리의 체벌금지법도 그러해야 한다. 인식의 전환, 긍정적이고 비폭력적인 형태의 교육으로 옮아갈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지원과 정책이어야 한다.

2016/04/09 19:21 2016/04/0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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