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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2 10:41, 보내자원고_Column
이승환이라는 어른
 
 다 어른이라고 부르지 말자. 이승환은 나이만 많은 어른이 아닌 성숙한 어른이다. 
우리는 ‘가수 이승환’만큼이나 ‘어른 이승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해서.
 
임재성 (평화 연구자) 
 
[426호] 승인 2015.11.18
 
 
사람들은 가수 이승환의 동안(童顔)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이승환은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노래를 통해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 내 꿈이었지, 마흔이 되어서도 청바지를 입고” 살고 싶어 했고, “어른이 되어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겠다고 되뇌었다. 최근 자신이 꾸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콘서트에서 “다 어른이라고 부르지는 말자. 어른으로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어른이라 부르자”라고 말한 맥락 역시 그의 오랜 화두인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과 닿아 있다.
 
그렇게 이승환은 어른이 되었다. 그저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어른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 말이다. 어린 왕자라 불리던 이승환에게 ‘어른’은 어울리지 않는 수식이겠지만, 그는 한국 사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자신이 가진 것을 자기만의 이익이 아니라 주변의 힘없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는 어른’이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투자를 해 최상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가수임과 동시에 용산 참사나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이슈에도 깨어 있는 시민이다. 돈도 있고 체면(가오)도 있는, 그래서 쪽팔리게 살지 않고자 노력하는 어른 이승환.
 
이승환은 어떻게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었을까. 하나는 그가 계속 음악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인 중에서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꼰대가 되지 않는 이들은 대부분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고 지위가 오르면 대부분 공들여 무언가를 쓰기보다는, 빨간 펜 들고 남의 것을 평가하거나 말로 대충 때운다. 어디든 마찬가지다. 쉬우면서도 자기가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쓰고 생산하는 일은 다르다. 백지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또 비루하다. 한 자 한 자 채워나가며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상처받으며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간을 마주하는 이들이 권력에 취할 가능성은 낮다. 
 
이승환은 26년차 가수다. 지난해 11집 정규 앨범을 냈다. 수많은 라이브 앨범·편집 앨범은 논외로 하더라도 데뷔 이후 대략 2년에 한 번꼴로 신곡 꽉꽉 채운 앨범을 내온 것이다. 녹음실 마이크 앞에서도 누구나 평등하다. 조용필이든 신인이든 갈고 닦아온 자신의 성대로만 온전히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는 매번 앨범을 녹음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절감하고, 앞으로 노력해야 할 것들을 깨달았을 것이다. 더욱이 그는 끊임없이 공연을 한다. 자신의 레이블을 가지고 앨범까지 직접 제작한다. 긴장과 상처, 되돌아봄의 연속. 이런 시간이 그를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지위와 경험을 통해 ‘깃발’ 역할을 하고자 하는 사람
 
또 하나는 이승환이 어른의 구실이 무엇인지 분명히 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성취를 숨기지 않는다. 인정받는 아티스트이며 행복한 가수라고 이야기한다. 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나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에 대해 (물론 슬퍼하지만) 자기 연민에 빠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가진 지위와 경험을 통해 ‘깃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2014년 11집 <Fall to Fly> 작업에는 3년 동안 1820시간의 녹음 시간, 3억8000만원의 녹음 비용이 들어갔다. 상업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팔랑거리는 시대에 누군가는 이런 소리를 쌓아놓아야 한다며 고집을 부린다. 우리가 지위와 경험을 가진 ‘선배’에게 또 ‘어른’에게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다.
 
이승환이 꾸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콘서트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는 무료였다. 그와 친한 여러 밴드와 함께한 공연이었는데, 공연 순서는 가장 선배인 이승환이 첫 번째였다. 이런 ‘어른’의 모습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뭉클해하고 있다. 우리는 ‘가수 이승환’만큼이나 ‘어른 이승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해서.
2015/12/02 10:41 2015/12/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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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2 10:30, 보내자원고_Column
전쟁 면역 사회
 
일상적 전쟁 상태가 60년 넘게 이어진 한반도는 ‘전쟁 면역 공동체’다.
대다수 사람들은 진짜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전쟁의 비참함 은 잘 알고 있다. 비참함에 면역될 순 없다.

임재성 (평화 연구자) 

 
[418호] 승인 2015.10.01
 
아무도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 목함지뢰 사건 이후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휴전선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고, 북한 잠수함이 가동되었다는 뉴스까지 연일 언론을 채웠지만 시민들은 차분했다. 이번만의 예외적 모습도 아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까지 사망하고, 전 세계 기자들이 인천에 모여 한반도 전쟁 위기를 보도했지만 평범한 한국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를 ‘안보 불감증’이라 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북한 하면 ‘빨갱이’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회에서, ‘아직 전쟁 중이다, 휴전일 뿐이다’라는 협박이 이어지는 사회에서 불감증이라니.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의 박강성주 교수는 일상적 전쟁 상태가 60년 넘게 이어진 한반도를 거대한 ‘전쟁 면역 공동체’라고 분석했는데, 시민들의 지나친 차분함은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늘 전쟁에 노출되어왔기에 전쟁에 면역되어버린 사회. 연천 지역 주민들이 대피소에서 밤을 새운 8월21일, 서울 시민들은 평소처럼 금요일을 즐겼다. 전쟁을 ‘정상 상태’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의 군사주의가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전쟁을 늘 옆에 두고 살았던 사회는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예비역 몇 명이 자신의 SNS 계정에 “명령 대기 중이다” “불러만 달라”는 글과 함께 군복 사진을 올렸다. 국방부와 육군은 이 글들을 공식 계정을 통해 퍼나르며 “든든하다”고 추어올렸고, “나도 총 쏠 수 있다”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탈냉전 이후 한국 정도 규모의 국가가 자국을 전장으로 해서 전쟁을 벌인 적은 없고, 벌일 수도 없다.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죽고, 사람을 죽이는 문제이다. 그러나 전쟁 면역 사회에서 전쟁은 기꺼이 감수할 무엇이며, 필요한 것이 된다. “나도 총 쏠 수 있다”는 “나도 사람 죽일 수 있다”와 같은 뜻이다. 이런 이야기가 추앙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전쟁에 놀라지 않는다.
 
전쟁에 놀라지 않는다는 것은, 전쟁에 대해 체념한 것이기도 하다. 전쟁에 익숙한 사람들이지만, 개입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사적 긴장이 끝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국방비 증액 이야기가 나온다. 비무장지대(DMZ)의 전투력과 대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비를 대폭 늘리겠단다. DMZ가 새롭게 군사적 요충지가 된 것도, 북한 잠수함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닌데, 더욱이 북한 전체 국가 예산보다도 많은 돈을 수십 년간 국방비로 써왔는데도 여전히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비상식에 대해 분노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이름 앞에서 체념할 뿐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대피소로 내려가면서 느꼈을 두려움
 
무섭고 두려워야 하지 않을까. 면역에서 깨어나는 시작은 휴전선 접경지역 주민들이 대피소로 내려가면서 느꼈던 두려움을 나누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시 대피하라는 방송에 황급히 대피소로 피한 연천군 주민들 중 짐을 제대로 챙긴 이는 거의 없었다. 대피소에서의 1시간이 밖에서의 10시간과 같다며, 공포와 답답함에 지쳐갔다. 전쟁의 가능성만으로도 인간은 이처럼 비참해진다. SNS에 군복이 아닌 비상식량 사진을 올리며 ‘전쟁 나면 도망가겠다, 그러니 전쟁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이어져야 했던 것 아닐까. 긴장을 고조시킨 주원인은 확성기 방송이었다. 전쟁 나면 싸우겠다가 아니라, 확성기 방송 중단하라고, 전쟁이 아닌 외교를 하라고 주장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대다수 사람들은 진짜 전쟁이 어떤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비참한 상황이 전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비참함에 면역이 될 수는 없다.
2015/12/02 10:30 2015/12/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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