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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5 15:45, 보내자원고_Column

자식 잃은 부모들이 스무 날을 굶었다


정부·여당의 조직적인 방해 속에서 겨우 출범한 세월호 특조위가 종료될 위기에 처하자

부모들이 단식을 벌였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임재성 (평화 연구자) / 2016년 09월 20일 화요일 제470호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7060
 

어릴 적부터 사촌 동생과 친하게 지냈다. 내가 외동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녀석과는 참 각별했다. 같이 놀고, 같이 여행 다니고, 서로의 인생에 중요한 시간에도 함께했다. 그런 동생이 2008년, 스물다섯 나이에 사고로 황망하게 죽었다. 아직도 그날 새벽 4시에 그 녀석의 여동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기억한다. “오빠, 우리 오빠 죽었어. 빨리 좀 와줘.”

 

사람이 온종일 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정사진은 내가 카메라 연습한다고 그 녀석을 동네 놀이터에 세워놓고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만 보면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할아버지·할머니께는 너무 놀라실까 봐 알리지도 못한 장례식이었다. 장례를 치른 첫날이 지나고 이튿날 새벽 부스스 일어났는데 배가 고팠다. 식구들이 차려준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누군가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살겠다고 밥을 먹고 있는 내가 그렇게 혐오스러울 수 없었다.

 

그런 기억 때문이었을까.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던 대목은 광주도청을 마지막 밤까지 지키다 죽은 동호의 어머니가 하는 독백이었다. “목숨이 쇠심줄 같아서 너를 잃고도 밥이 먹어졌제.” 자식을 잃고 살아가는 어머니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매끼 밥을 삼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그 녀석이 죽은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작은어머니는 웃다가도 종종 정색을 하시며 말한다. “내가 미쳤나 보다. 재성아. 내가 이렇게 지금 웃고 있다.”

 

팽목항 옆 진도 실내체육관이 언론에 비춰질 때마다 저 사람들 밥은 먹고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먹고 있겠지. 하지만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이 얼마나 치욕스러울까. 자식이 지척의 바다에 가라앉아 덜덜 떨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모이지만, 밥을 먹는다. 그 밥을 삼키며 부모들은 얼마나 통곡을 했을까. 그 누가 대신할 수도, 나눌 수도 없는 고통이다.

 

그 부모들 앞에서 사회가 할 일은 무엇일까. 냉정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을 건넬 수밖에 없다. 걱정하지 말라고, 아이들 금방 다 꺼낼 거고, 어떻게 죽었는지 틀림없이 밝혀낼 거고, 이렇게 만든 놈들 다 책임 지울 거고 그렇게 다 할 거니까, 아이들 좋은 곳에 갔을 테니까 걱정 말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자 어서 밥 먹으라고. 통곡하여 먹은 밥 게워내는 부모들 손에 수저 다시 쥐여주는 것이 사회의 구실이다.

 

세월호 특조위 문 닫을 생각만 하는 대통령과 여당

 

자식 잃은 부모들이 스무 날을 굶었다. 정부·여당의 조직적인 방해 속에서 겨우 출범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법으로 정한 임기조차 부당하게 빼앗긴 채 종료될 위기에 처하자 부모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벌였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4년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드는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세월호 유족들은 밥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유족 옆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말해야 할 사회는 보이지 않는다. ‘산 사람도 죽어야지’라고 말하는 기운만이 느껴진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새누리당 동의 없이 세월호 특조위의 임기를 연장할 방안은 없다고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진실이나 위로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세월호 특조위 문 닫을 생각만 하고 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손에서 수저마저 뺏는 사회는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대통령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를 쓰자고 말하지만, 정말 이러면 벌 받는다. 제발, 말씀해주시라. 걱정 말라고, 밥 잘 드시라고, 사회가 다 밝히겠다고. 정부 주장에 따른다면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보고서 작성 기한)은 9월30일이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2017/06/25 15:45 2017/06/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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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7 18:51, 보내자원고_Column

한국에는 없는 ‘오답 노트’


영국의 이라크 전쟁 진상조사위원회는
7년에 걸쳐 조사한 끝에 ‘칠콧 보고서’를 내놓았다.

어떤 과정 속에서 이라크 침공이라는 과오를 저질렀는지 밝힌 오답 노트이다.

임재성 (평화 연구자)

2016년 07월 29일 금요일 제462호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6549


진상조사위원회는 7년에 걸쳐 정부 문서 15만 건을 분석하고, 최고 권력자였던 이를 포함해 120여 명의 증언을 청취했다. 기밀문서 공개 여부를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으로 1년간 예정되었던 조사 기간이 7년으로 늘어났고, 사용경비 역시 150억원에 달했다. 조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자 여러 불만이 제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진상조사위원회가 외부의 강압으로 종료되지도, 일하던 이들이 내쫓기지도 않았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판단은 반드시 평가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신념을 그 사회가 공유했기 때문이다. 맞다. 남의 나라 이야기다.

지난 7월7일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 진상조사위원회는 ‘칠콧 보고서’라고 명명된, 12권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치밀한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은 총체적으로 잘못되었다”라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다. 영국은 자신들이 어떤 과정 속에서 이라크 침공이라는 과오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무게감 있는 ‘오답 노트’를 만들었고, 이 ‘오답 노트’는 영국 사회가 이후 새로운 군사적 결정을 하는 데 최우선 지침서가 될 것이다.

브렉시트로 떠들썩한 영국이지만, 자신의 오류를 자인하는 칠콧 보고서를 내놓은 영국 사회의 ‘품격’에 대해서도 세계 언론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언론이 대표적인데, 특히 <아사히 신문>이나 <마이니치 신문>은 영국과 같은 독립적 조사위원회 형태로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일본 정부의 결정 역시 검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명분하에 미·일 군사행동의 일체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라크에 자위대까지 파견했던 과거 고이즈미 정권의 판단이 미·일 동맹에 편향되어 이루어진 오판은 아니었는지 명확하게 검증할 ‘현재적’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에 연인원 2만173명을 파병했다. 미·영 다음가는 규모였다. 파병하는 것은 전쟁을 지지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이기에, 이라크 침공에 대한 한국의 책임은 명백하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나 후세인 정권의 테러 지원 의혹은 개전 당시에도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다수였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도, 임박한 위험도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라는 헌법 제5조 제1항까지 무시하면서 태극기를 단 청년들을 이라크로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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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그림

성찰하고 되묻지 않으면 거짓말만 판치게 된다

물어보자. 대한민국은 왜 이라크 전쟁에 파병했는가? 그 파병으로 대한민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전쟁이 석유를 위한 패권 전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이유로 부정의한 전쟁터에 대한민국 군인을 보냈다. 이라크 파병의 최종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이라크 파병은 옳지 않은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라고 회고했을 정도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식조차 사치였다. 전쟁을 주도한 국가들의 성찰과 고백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한국 사회는 파병 이후 지금까지 이라크 파병이라는 중대한 군사적 결정에 대해 오답 노트를 만들기는커녕 그게 오답이었는지 치열하게 논의한 바도 없다. 논의도 성찰도 없는 사회에서 이라크 파병은 사드 배치로 반복되는 중이다.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사드 배치로 우리가 얻고 잃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오답 노트를 쌓아오지 못한 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사드’라는 거짓말만이 판치고 있다.

2016/09/17 18:51 2016/09/1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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