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그 사람아. 편지받고, 홍당무처럼 빨간 내 얼굴이 더욱 빨개졌지.
지하철 구경도 못한 나에게 자랑이 그다지도 많다니 사람 환장할 일 아니요.
10월 13일 상열씨랑 당신 편지 같이 왔다오.
마음 한 구석이 뭉클했지요.
아! 난 고아가 아니구나. 한참 동안이나 먼 바다와 함께 외쳤지.
난 행복하다고 행복하다고
둥근 내 인생이 뭔가하고 물으니 만나기 전에 헤어지자고 행복이란 놈이 말합니다.
무참하게도 안녕이란 말만 남기고, 그래서 머슴아의 쓴웃음 한번 웃었지.
1년 연기했다오. 그런데 잘 한건지 의문이라오. 진짜 하기는 했는데
섬생활이 무척이나 즐거워서 못참겠소이다. 즐거워서 즐거워서 내참!
한 내년 1월 쯤에 육지 냄새를 맛볼 것같소.
혹시 당신이 이 섬에 한번 온다면 만나볼 수도 있을텐데.
cosmos가, cosmos가 피었습니다. 내참.
한잔 두잔 하다보니 좀 지나친 것 같소. 그만 반가워서 한잔한다는 것이 그만.
언제일까. 만나는 날 언제일까...
자. 건강하시길.
                                                          74. 10. 15. 백령도에서 한수

사람냄새 풀풀 나던 우리 부대의 백한수중사님. 내가 제대하기 전에 섬으로 떠나셨다.